행정자치부가 최근 출제시스템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실 출제로 이미 피해를 본 수험생들이 정부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98년도 40회 1차 4개 문제의 오류가 밝혀지면서 지난해 9월 뒤늦게 합격처리된 527명 중 20일 현재 정부에 국가배상을 신청한 수험생은 35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시험 오류 때문에 2년 이상의 귀중한 시간을 허송세월했다. 정신적 경제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1인당 2000만원씩 총 70여억원의 배상을 연이어 신청했다.
정부의 국가배상심의위원회는 1월초 “정답 시비는 출제방법에 대한 관점의 차이일 뿐 공무원의 위법행위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며 1차로 171명의 배상 신청을 기각했다.
이들은 이에 불복, 14일 서울지법에 34억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나머지 180여명도 기각 결정을 받으면 곧바로 손배 소송을 낼 계획이다.
이들 소송의 대리인인 임재철(林在喆) 양장환(梁長桓)변호사는 “정부가 사시 2차 시험을 2번 볼 수 있는 기회를 줬지만 젊은이들의 귀중한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며 “소송 참여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변호사는 해당자 527명 중 500명 이상이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그러면 손해배상 청구액은 100억원이 넘게 된다.
36회 사시 1차의 오류 때문에 탈락한 설모씨가 1, 2심 재판에서 ‘12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인정하는 승소 판결을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들 집단 소송도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전망이다.
99년도 41회 1차 문제 오류 소송을 대리한 이재화(李在華)변호사는 “41회의 ‘억울한 탈락자’도 비슷한 절차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며 “문제은행식 출제와 검증위원의 형식적 활용 등으로 ‘행정비용’을 절약하려던 정부가 엄청난 ‘법정비용’을 물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