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제설작업 하긴 하나…눈오면 도로 마비 일쑤

  • 입력 2000년 1월 21일 02시 36분


수도권 도로가 눈만 내리면 빙판길로 변해 출퇴근길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다.

서울시내의 주요 간선 도로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제설작업이 이루어지지만 서울시계만 벗어나면 눈이 내린 지 거의 하루가 지나도록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도로기능이 거의 마비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분당(경기 성남시) 일산(경기 고양시) 신도시 등을 관할하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제설장비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인력동원체계도 허술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전 1시경부터 눈이 퍼붓기 시작한 19일 아침 경기도내 주요 도로는 거의 마비상태에 빠졌다. 특히 의왕시 백운로 2.5㎞구간은 통행량이 비교적 많은 도로인데도 오전 5시부터 낮 12시경까지 차량운행이 전면 통제됐다.

수도권 신도시와 서울을 잇는 간선도로도 출근시간이 지나도록 대부분 눈이 수북이 쌓여 있어 직장마다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8시경 일산신도시와 서울 수색을 잇는 도로의 경우 고양시 관내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으나 서울시 관할 도로는 눈이 치워져 있어 대조적이었다.

게다가 이면도로의 경우는 눈이 내린 지 하루가 지난 20일까지도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기지역의 경우 19일 오전 1시부터 폭설이 내리기 시작해 오전 3시반 대설주의보가 발령됐지만 대부분의 시군에서는 오전 5시가 넘어서야 제설작업이 시작됐다. 서울시가 오전 2시경 자체 동원령을 내리고 제설작업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13㎝의 눈이 내린 수원시의 경우 오전 5시부터 직원들을 비상소집해 제설작업을 시작했으나 이때는 이미 대부분의 도로가 마비된 상태였다.

그나마 동원된 인력도 부족했다. 경기도내 시군이 이날 제설작업에 투입한 인원은 환경미화원까지 합쳐 3300여명으로 서울시가 새벽에 동원한 1만2000여명에 비해 크게 부족했다.

제설장비의 부족도 심각한 문제. 핵심적인 제설장비인 제설차의 경우 서울시가 140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경기도내에는 11개 시군에 18대밖에 없다. 덤프트럭에 제설장비를 부착한 소형살포기도 경기도는 23개 시군에 57대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114대.

경기도 방재관계자는 “제설차량을 확보하라고 각 시군에 촉구하고 있으나 대부분 시군이 소극적”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한 수도권 도로의 폭설 무방비 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희·김경달기자>parkhe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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