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교통선진국]이재은/"횡단보도 침범운전 안되죠"

  • 입력 2000년 1월 24일 19시 10분


2년 전 TV프로그램인 ‘이경규가 간다’에서 심야에 횡단보도 정지선을 지키는 ‘양심 운전자’ 찾기에 나선 적이 있는 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모두가 흥분된 마음으로 새천년을 맞이했지만 횡단보도 정지선 조차 지키지 못하는 교통문화는 여전히 구세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노랑머리’와 ‘세기말’로 영화에 데뷔한 나는 요즘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하는 뮤지컬 ‘황구도’와 KBS 드라마 ‘나는 그녀가 좋다’에 동시에 출연하고 있다. 드라마 녹화를 끝내고 ‘황구도’ 공연시간에 맞추기 위해, 또 공연을 끝내고 촬영시간을 맞추기 위해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달리곤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내가 탄 차는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기도 하고 밤엔 횡단보도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직접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그럴 때마다 모두가 날 쳐다보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어떤 경우엔 속력을 더 내며 지나가기도 한다. 횡단보도까지 침입한 차를 피해서 보행자들이 힘겹게 길을 건너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사람보다는 자동차가 우선인 살벌한 교통문화 속에 살고 있다.

독일에서는 횡단보도를 침범한 운전자에게 보행자가 비난의 눈초리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가볍게 친다고 한다. 이것은 “당신 제정신이냐?”는 신체언어인데 운전자에게 대단한 수치심을 갖게 해서 그 효력은 벌금 이상이라고 한다.

누구나 차를 탈 땐 운전자지만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다. 횡단보도를 침범한 운전자는 마치 여자화장실에 들어온 남자처럼 손가락질을 받는 풍토가 자리잡았으면 한다.

이재은(배우·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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