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연대는 24일 한달간의 작업끝에 66명의 공천반대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들이 공천될 경우 낙선운동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이번 명단발표가 단순한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패와 무능, 그리고 저질로 대표되는 ‘20세기형 후진 정치문화’에 종지부를 찍고 인적 청산을 통해 정치권의 대폭적인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총선연대의 이날 발표는 무엇보다도 학생층이 중심이 됐던 한국의 사회 개혁운동이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유권자 심판운동으로 시민운동사에 한 획을 긋는 의미를 갖는다. 자정능력을 상실한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기대지 않고 유권자 스스로 선거혁명, 나아가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정모니터나 부패방지법 제정촉구 등 의정활동 감시나 제도개혁에 치중해 왔던 시민단체가 이처럼 낙천 낙선운동을 본격화한데는 ‘인물청산’ 없이는 어떤 정치개혁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현재의 한국정치에 대해 정당차원이나 정치권 내부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권 전반의 총체적 위기’라고 진단하기 때문이다.
이미 낙천 낙선운동을 통한 유권자심판 운동을 선언한 총선연대의 움직임이 정치권의 선거법 재협상을 이끌어 냄으로써 ‘시민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총선연대가 공천반대자 명단을 작성하면서 국회와 법원자료, 언론보도내용 등 광범위한 1차자료를 수집하고 ‘유권자 100인 위원회’까지 구성해 일반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총선연대가 작성한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 같다. 특히 경실련 명단(164명)과 총선연대 명단(66명)에 동시에 포함된 전현직 의원 50명의 경우 공천과정은 물론 4·13총선에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본다. 이번 시민단체의 선거활동을 계기로 그동안 정치적 냉소주의에 빠져 있던 젊은층이 ‘냉소에서 참여로’ 태도를 바꾼 것도 ‘선거혁명’의 폭발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이익단체 등 지역 단체나 협회들이 너도나도 부적격자 명단을 작성해 발표할 경우 극도의 혼란과 혼탁선거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인천 부산 대구 수원 등 일부 지역의 단체들은 따로 부적격자 명단을 작성, 발표할 움직임을 보여 벌써부터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총선연대의 명단공개는 시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번 선거의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그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하종대·선대인기자>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