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지는 78년 처음 연구소가 입주한 이래 줄곧 연구 학원도시로 발전해 왔으나 최근 연구개발의 성과를 산업화하는 연구 생산단지로 변하고 있다.
이는 연구시설 내 실험실 규모의 생산시설만 허용했던 대덕연구단지관리법이 지난해 12월 개정돼 벤처기업이 생산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단지 입주 조건이 완화된데 따른 것.
법 개정 이전에도 최근 2,3년 사이에 연구원들의 벤처 창업이 본격화하면서 벤처기업들은 연구시설 자격으로 단지에 들어오기 위해 공동으로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지어 입주하는 협동화사업을 벌여왔다. 협동화사업을 하면 부지 매입과 건물 신축 비용의 70%를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
정보통신분야 6개 업체가 공동 설립한 ㈜대덕벤처밸리는 대전 유성구 문지동 옛 대전MBC 자리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4개 업체는 이미 건물을 지어 입주했고 2개 업체는 현재 공사중이다.
정밀계측기 생산업체인 ㈜덕인과 정보통신업체인 ㈜오름정보 등 4개 업체도 유성구 화암동 천문연구원 옆 5200평에 건물을 짓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올해 9월과 내년 2월에 입주할 예정이다.
이보다 규모가 큰 협동화사업도 최근 추진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업체인 도남시스템 아이티 등 16개 업체는 유성구 장동 삼영화학 소유의 땅 2만5000평을 매입해 협동화사업을 하기 위해 과학기술부에 사업승인을 신청해 놓고 있다.
여기에 대덕단지내 연구소와 대학 인큐베이터(보육시설)에 입주해 있는 예비 벤처기업 244개 가운데 상당수도 올해 보육기간이 끝나면 이곳에 생산기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엑스포과학공원과 주변 산업단지 등 대전시가 지원하는 보육센터 내 예비벤처까지 합치면 모두 350여개의 벤처기업이 이곳에 둥지를 틀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덕단지에는 삼영화학 부지 외에 한효과학기술원 자리 4만평, 한솔기술원 자리 4만평 등의 공간 밖에 없는 실정.
이에따라 단지관리본부는 총면적 834만평 가운데 연구교육시설용지(398만평)와 주택용지를 제외한 359만평의 녹지 가운데 37만평을 생산단지로 전용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대덕단지에 벤처기업이 몰리는 것은 수출과 마케팅 등에서 신뢰도가 높기 때문. 또 연구소의 고가 실험장비를 함께 이용할 수 있고 우수 인력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종득(金鍾得)신기술창업지원단장은 대만의 신죽(新竹)과학단지는 연간 매출액이 12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산업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며 벤처기업의 집중화는 대덕단지가 제 궤도를 찾아가는 과정 이라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834만평규모 69개기관 연구원등 7만명 거주▼
78년 표준과학연구원과 화학연구원이 처음 입주한 이후 대덕연구단지에는 현재 69개 기관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연구원 9958명을 포함해 모두 1만4347명이며 그중 3847명이 박사.
대전 유성구 도룡동 신성동 장동 문지동 화암동 등 17개 동에 걸쳐 조성된 대덕단지는 834만평 규모로 연구원과 가족 등 7만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소와 주택을 짓고 기반시설을 갖추는데 98년까지 모두 3조9700여억원이 들어갔다.
입주기관은 △표준연 화학연 원자력연 전자통신연 기계연 에너지연 등 정부출연연구소 20곳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충남대 등 고등교육기관 4곳 △LG화학 삼성종합 쌍용 한화 데이콤 등 기업부설연구소 28곳 △원전연료주식회사 조폐공사기술연구소 전력연구원 한국통신연구원 등 정부투자기관 9곳 △국립중앙과학관 대전기상청 중소기업지원센터 등 공공기관 8곳 등이다.
대덕단지는 그동안 국내 과학기술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단지내 연구소간의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연구기관 운영체계가 너무 경직돼 있으며 지역과의 연계 활동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전=성하운기자>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