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교육부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20일 서울 D정보산업고를 방문했다가 교사들의 ‘딱한 사연’을 들었다. 지난해 학생간의 폭행사고로 교사들이 월급을 수개월째 가압류 당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지난해 3월 교사들의 조회시간에 이 학교 3학년 김모군이 이모, 홍모군 등과 사소한 다툼 끝에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자 김군의 학부모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잘못했다”며 박모 교장과 관련 학생들의 담임교사 3명을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각각 500만원의 채권 가압류 신청을 서울지법 북부지원에 냈다.
법원은 지난해 7월23일 “불성실하게 학생을 관리했다”며 이 신청을 받아들여 교사들의 월급 1780만원을 가압류한 것.
이 소식을 들은 문장관은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싸움에 교사들이 책임지게 된 게 안타깝다”며 교육청 예비비로 가압류 해제부 공탁금을 지원케 하라고 지시한 것. 이에 따라 교육부는 장관 지시를 그대로 전달했지만 교육청은 “아무리 교육현장의 사건이라도 사용처가 명시된 예비비를 개인소송에 지원할 수 없다”며 거부한 것.
규정을 잘모르는 신임장관이 한마디 했더라도 교육부 관료들이 이를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읊조린 것은 전형적인 구태(舊態)라는 게 교육계 주변의 평가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