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 하동중 기술 농업 담당 교사 이한옥(李翰玉·54)씨는 수업 중 한 학생으로부터 “박정희 대통령은 왜 단독 출마했고 1표만 무효처리됐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하루 전인 6일 박 대통령이 제9대 대통령선거에 단독 출마해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100% 투표율에 무효표 1표를 제외하고 100%찬성률로 당선된 데 대한 질문이었다.
이씨는 “야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아 단독 출마했으며 선거에서 100% 찬성이란 공산주의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어서 1표가 무효처리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같은 답변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죄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자격정지 2년, 2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자격정지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78년 12월 파면됐다.
이씨는 79년 7월 17일 형집행정지로 석방됐고 80년 2월 사면복권됐다. 이씨는 복직원을 제출했으나 5·17 군사 쿠데타로 교단 복귀의 길은 막혔다.
이씨는 이후 농사를 짓거나 개인사업을 하는 등 모진 풍파를 겪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이씨의 아내(49)도 80년대에 ‘언동을 자세히 파악해 보고하라’는 공문이 근무하던 학교에 날아드는 등 시달려야 했다.
개인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이씨는 1일 복직 연락을 받았다. 교육부가 시국사건, 사학 민주화 등에 연루돼 해직된 교사 73명을 복직시키기로 결정한 것.
강구인(姜求仁·56)씨도 교육부의 이번 조치로 28년만에 교단에 다시 서게 됐다.
강씨는 경북 포항 두마초등학교에 재직하던 72년 10월 17일 유신 지지를 위한 교원 단합대회가 열렸으나 당일 숙직을 해 이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강씨는 이 집회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포고령 위반으로 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1년, 고등군법회의에서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파면 조치됐다.
이번에 복직 대상자로 선정된 교사는 시국사건에 연루된 9명과 전국교직원노조 운동으로 해직된 7명, 사학 민주화운동으로 교단을 떠난 57명 등 73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로써 타의에 의해 교단을 떠났던 교사들이 대부분 교단으로 복귀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