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제사상은 ‘토종 먹을거리’대신 수입 농수산물의 ‘점령현상’이 어느 해보다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지하 식품매장을 찾은 주부 박모씨(31·서울 영등포구 당산동)는 한마리에 2만원을 호가하는 국내산 참조기를 한참 만지작거리다 결국 옆 수입 수산물 코너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박씨가 구입한 것은 10마리에 8만원하는 중국산 조기. 박씨는 “조기만큼은 국산품을 제사상에 올리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 도저히 구입할 엄두를 못냈다”고 말했다.
조기의 경우 국산품은 시중 백화점의 판매가격이 마리당(25∼30cm) 1만5000∼2만5000원인데 반해 중국산은 5000∼1만3000원으로 절반수준.
업계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제수용 조기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0∼90%선. 또 대구 명태 등 기타 어종들도 1∼2년전부터 북한의 청진 원산을 제외하고는 국내 연안에서 거의 잡히지 않아 일본(생태)과 북양산(동태)이 전체 물량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각종 제수용 나물류도 중국산에 ‘제사상 자리’를 뺏기기는 마찬가지. 재래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산 고사리의 도매가격이 100g당 870원인데 반해 중국산은 370원, 도라지도 국산은 100g당 750원이지만 중국산은 그 절반인 370원선이다.
남대문시장에서 나물가게를 운영중인 김모씨(45)는 “국내산 나물의 출하량이 해마다 줄어들어 올해의 경우 국내산 비중이 전체의 20%미만”이라며 “제수용으로 국산 나물을 구입하는 주부도 30% 정도에 불과해 국산나물 판매를 중단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