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의보료 조정 내용-문제점

  • 입력 2000년 2월 2일 19시 10분


올 7월 직장 의료보험료 조정을 놓고 직장인들의 보험료가 대폭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의보료 인상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국노총은 이번 의보료 조정으로 전체 근로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게 되며 특히 상대적으로 많은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공단 근로자들이 손해본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경총도 보험료 인상으로 사업주 부담이 늘어난다며 보험료율을 낮춰줄 것을 건의했다.

과연 7월 의보료 조정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그리고 일부 직장조합의 우려는 왜 나오는 것인지를 알아본다.

▼의료보험료 조정 내용▼

7월부터 140개 직장조합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동일보수 동일부담’의 원칙에 따라 조합마다 제각각이던 보험료율이 총보수의 2.8%인 단일 요율로 조정된다.

현재 직장조합의 평균 보험료율은 월보수의 3.77%이지만 보험료 부과기준이 되는 총보수에 상여금 수당 등이 포함돼 보험료가 올라가게 되므로 모의운영 결과를 통해 보험료율을 2.8%로 낮추었다.

이 과정에서 월보수가 154만원 이하인 월급생활자(56.6%)는 보험료가 내리고 그 이상인 직장인(43.4%)은 보험료가 인상돼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개선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일례로 은행원 A와 사무직 근로자인 B가 연 2500만원이라는 같은 보수를 받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지금까지 이들은 소속 조합별로 의료보험료의 산정기준이 달라 실제 부담하는 보험료가 A는 3만480원, B는 12만9514원으로 무려 4.25배나 차이가 났다.

그러나 의료보험이 통합되면 이들은 같은 보수에 대해 같은 보험료율을 적용받게 되므로 보험료는 7만원으로 똑같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정으로 직장근로자의 평균 의료보험료(4만132원)는 변동되지 않지만 보험료가 급격히 인상되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금년말까지 한시적으로 보험료를 50%까지만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노총의 입장▼

노총은 이번 보험료 조정은 의료보험 전면통합을 대비해 지역조합의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보험료가 원천 징수되는 직장인의 보험료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걷고자 하는 술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지역조합과 재정이 통합되는 2002년 이후에는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비 증대, 직장조합의 적립금 고갈, 지역조합의 재정부실 등으로 인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며 이는 소득이 100% 노출되는 직장인에게로 전가된다는 주장이다.

노총은 “통합의 대원칙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소득액 산정기준 및 보험료율을 단일화할 경우 전체 가입자의 43.4%만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는 정부 발표는 ‘현실과 맞지 않은 얘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마다 재정자립도가 천차만별이고 보험료율도 다른 상황에서 보험료율을 단일화할 경우 그동안 독립채산제 아래에서 보험재정을 건실하게 운영해 평균치보다 낮은 보험료율의 적용을 받던 조합은 오히려 보험료가 올라가고 운영이 부실해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받던 조합은 보험료가 내려가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

실례로 구로공단의 경우 조합원들의 병원 이용률이 적어 누적적립금이 400%나 될 정도로 재정이 탄탄한데 일률적인 보험료율이 적용돼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주장이다.

▼논쟁의 배경▼

이러한 보험료 논쟁의 이면에는 의료보험을 통합할 것이냐, 분리할 것이냐 하는 해묵은 논쟁이 자리잡고 있다.

의료보험 통합을 지지하는 민주노총과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한 건강연대는 “7월 직장인들의 보험료 조정은 기존의 조합주의의 모순을 탈피하는 것”이라며 “직장인들의 보험료가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주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를 내온 일부 고소득층의 반개혁적 목소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노총 윤우현(尹于鉉)정책1국장은 “한국노총의 주장은 통합을 반대하기 위한 무리한 논리 전개”라며 “자영자로 구성된 지역의보 재정의 부실은 정부가 국고 보조 50%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영자 소득파악이 제대로 안된 데서 비롯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는 직장의보노조의 이해관계도 크게 얽혀있다는 시각도 있다. 98년 노사정 대타협 때 한국노총도 의보통합에 합의했으나 그해 6월 전국 단위의 직장의보노조가 결성돼 한국노총에 가입했기 때문에 노총이 이들 단위노조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직장의보노조 변재익(邊在翼)부위원장은 “결코 조직이기주의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며 현행 조합주의 체계를 개선하자는 데 이의가 없지만 일단 7월로 예정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을 연기하고 각 직장조합에 대한 충분한 경영진단과 모델링을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희·정용관기자>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