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비즈니스 확산…2차구조조정 위기감 팽배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6분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직장의 고용구조에 획기적인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를 몰고 온 진원은 바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e비즈니스의 확산. 한마디로 사람이 직접 하던 쇼핑과 자동차 세일, 보험모집 은행융자 증권투자는 물론 진료행위와 경매 같은 경제활동이 인터넷기술에 의해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일부 업종에서는 벌써부터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인한 구조조정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제2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위기감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업종은 자동차 판매업. 자동차 판매대리점 업계는 이미 비상이 걸려 있다. 새로운 경쟁상대가 갑자기 출현해 자신들의 생존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적은 인터넷으로 자동차를 판매하는 벤처기업들. 지난해 말부터 등장한 자동차판매 사이트들은 자동차 값을 최고 100만원까지 할인해줄 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도 10% 싸게 가입해준다.

이들은 한술 더 떠 자동차 관리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자동차 오일을 갈 시기가 되면 E메일이나 휴대전화로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 바람에 현대 대우 기아자동차의 대리점 사장들은 연일 대책회의를 갖고 대응 방안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자동차 판매량이 아직 미약한데도 대리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이들의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 때문. 현대자동차 판매대리점협회 홍정표(洪正杓)회장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대리점은 인터넷 회사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며 향후 1, 2년 사이 급격한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홍회장은 “1995년 출범한 미국의 인터넷자동차 회사가 5년 만에 자동차판매 시장의 25%를 점유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3만여명의 자동차 3사 직영판매사원과 대리점 직원들은 인터넷 자동차판매가 더욱 확산되면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3만여명의 보험설계사들은 더 심각한 상황. 지난해 말부터 손해보험 회사들은 직영 영업사원과 보험설계사의 수를 수백명씩 줄이고 있다. 대신 인터넷사이트를 통한 가입자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판매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보험설계사가 일일이 가정이나 직장을 방문해 보험상품을 설명하지 않아도 가입자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수입과 나이, 가족 자산 등을 입력하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보험상품이 즉각 화면에 올라온다.

삼성생명의 e비즈니스팀 관계자는 “보험업에 인터넷이 결합되면서 우선 보험가입이 1년 단위로 이루어지고 상품 내용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자동차 화재 등 손해보험 업종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생명보험도 일정 부분 보험설계사 수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최근 사이버 주식거래의 폭발도 3만여명의 증권회사 직원들에게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 거래수수료가 싼 사이버거래가 도입 2년 만에 전체 거래의 50%에 육박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증권거래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각광을 받아온 매머드급 객장과 대형 지점들이 머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규모의 인력 퇴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SK증권 노조 강종면(姜鐘勉)사무국장은 “지금은 활황장세니까 이런 위기감이 묻혀 있지만 장세가 꺾이면 사이버거래 때문에 발생한 과잉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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