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원 체포작전-문책인사 파장]얽히고 설킨 5인의 인연

  • 입력 2000년 2월 12일 20시 07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강제연행을 둘러싼 파문의 한 가운데에 검찰 동기생 4명이 각각 집권세력과 검찰, 또 이에 맞서는 야당의 ‘주역’을 맡고 있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신광옥(辛光玉)대통령민정수석과 임휘윤(任彙潤)서울지검장, 김각영(金珏泳)대검공안부장, 그리고 정의원이 그 주인공.

이들은 모두 사법시험 12회(70년) 및 검찰 동기생들이다. 이들은 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사법연수원 교수로 있을 때 그 밑에서 함께 예비법조인 교육을 받은 ‘제자’이기도 하다.

정의원은 새정부 출범 이후 24건의 고소고발 사건에 연루돼 검찰로부터 23차례나 소환통보를 받다가 검찰의 ‘체포’ 대상이 됐다. 임검사장은 정의원 체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지검장, 그리고 김검사장은 정의원 사건을 맡고 있는 검찰 공안부의 책임자다. 신수석은 정의원의 긴급체포 작전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은 검찰 동기생인데다 공안업무를 오래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검찰에서의 역할과 성향 등은 엇갈린다.

정의원은 83년 안전기획부에 파견돼 1차장까지 오르는 등 과거 정권의 ‘공안 그 자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검사장은 호남출신(전북)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권에서 대검 공안1과장과 서울지검 공안1, 2부장 대검공안부장 등 공안의 핵심 요직을 모두 거쳤다. 새정부 들어서 호남출신으로서는 검찰 역사상 두 번째로 서울지검장에 올랐다. 임검사장은 공안검사 시절 정의원과 가깝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검사장과 같은 호남 출신인 신수석은 비교적 순탄하지 못한 검사생활을 보냈다. 그는 대검 공안3과장과 서울지검 2차장 등 중요직책을 맡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고비에서 동기생들에게 밀렸으며 검사장 승진도 동기생중 8번째로 ‘막차’를 탔다. 그는 검사시절 측근들에게 “권력에 의해 고향(전남 광주)이 탄압받는 현실에 대해 체제를 책임지는 공안검사로서 비애를 느낀다”고 가끔 말해왔다.

신수석은 지난 해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 등장 직후 대검 중수부장에 입성하고 이어 민정수석으로 발탁되는 등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임검사장과는 적절히 ‘긴장’하고 ‘협조’하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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