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경기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야산에 780평 규모로 조성된 ‘적군묘지’.
이곳에는 6·25전쟁 때 낙동강 전투에서 전사한 북한군 25명과 중공군 1명, 청와대를 습격하려다 사살된 무장공비 30명, 98년 반잠수정을 타고 남해안으로 침투하다 격침된 공작원 6명 등 모두 109명의 시체가 안장돼 있다.
군 당국은 96년 5월 전국에 흩어진 북한군 시체를 한데 모으면서 묘역을 북한쪽으로 향하도록 조성해 이들의 혼을 달래주는 한편 시체가 새로 안장될 때마다 합동위령제를 지낸다. 벌초 등 묘역관리는 육군 비룡부대가 담당한다.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적이지만 묘지를 관리하는 이유는 제네바협정의 인도주의 정신을 존중하자는 취지에서이다. 제네바 협정 추가의정서 34조는 교전중 사망한 적군 유해도 존중되고 묘지도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은 간첩이나 무장공비의 침투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이들의 시체를 인수하지 않아 우리측에서 부득이하게 화장한 뒤 안장시킨 것.
이광길(異光吉·육군소장)국방부 군수관리관은 “인도적 차원에서, 또 애꿎은 목숨을 희생시키는 무모한 도발은 하지 말라는 점을 북한측에 인식시키려고 적군묘지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장된 시체중 신원이 밝혀진 북한군은 다음과 같다. 조명환 권호선 송동수 한수재 김순국 김일태 김덕만 박양조 박기철 김을식 김봉환 김수윤 박양신 김창국 한수근 곽재철 최준일 김달선 유영호 나정길 김길수 임용택 강봉범 한학섭 김춘식 김시응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