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은 바닥에 진열된 휴대전화 시계 카메라 담배 술 등 150여점을 꼼꼼히 살펴본 뒤 입찰 용지에 가격을 적어 냈다.
이날 물건을 낙찰받은 사람은 고물상 김모씨(46). 그는 150여점의 물건 모두를 100여만원에 낙찰받았다.
지하철은 물론 택시 버스 철도 공항에서 잃어버린 유실물이 마지막으로 모이는 유실물센터에서는 매달 말 법정 보관기간(1년6개월)이 지난 귀중품들을 경매로 처분한다.
보통 택시나 버스에서 잃어버린 물건은 2∼3일, 지하철은 15일, 철도는 20일, 공항은 3개월 정도 지나면 모두 이곳에 모인다.
그러나 경매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은 고물상업을 등록한 사람으로 제한돼 있다.
김씨는 “귀중품이라고는 하지만 보관된 지 1년반이 지나 고장난 것이 많기 때문에 현물가치는 얼마되지 않는다”며 “수량이 가장 많은 휴대전화는 이미 구형이 돼 부속을 재활용하는 정도가 고작이어서 100여만원이면 간신히 수지타산을 맞추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반지 등 귀금속류는 이곳에서 시세에 따라 개별적으로 팔려 국고에 귀속된다. 또 귀중품이 아닌 옷 가방 서류 등은 서류만 센터에 넘어가고 실물은 지하철 유실물센터나 각 경찰서 등에 보관된다.
일반 유실물을 가장 많이 보관하고 있는 서울지하철 1∼8호선의 유실물센터에 쌓여 있는 물품은 각각 수천개나 된다.
1호선 일부와 2호선 전체의 유실물을 관리하는 시청역에는 현재 2000여점이 보관돼 있다. 지난해 이곳에 접수된 유실물은 4851점으로 98년 3450점에 비해 40% 이상 늘어났다. 이중 유실물을 찾아간 경우는 절반이 안 된다.
시청역 유실물센터 배정란(裵貞蘭)주임은 “귀중품은 어떻게든지 찾아가지만 옷 등은 대부분 쉽게 포기하는 것 같다”며 “특히 휴대전화는 통신회사를 통해 본인에게 연락해도 이미 무료로 새 휴대전화를 받았다며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옷가지 등은 센터에서 1년반 동안 보관한 뒤 사회단체에 기증한다. 시청역의 경우 인천의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봉사단체에 단골로 기증한다.
봉사단체 관계자는 “절반 이상이 버려야 할 물건이지만 활용할 수 있는 옷 가방 등은 깨끗하게 세탁한 뒤 해외단체를 통해 북한동포에게 보낸다”며 “다만 그쪽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상표가 붙은 물품은 받지 않기 때문에 상표를 모두 떼고 보낸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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