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졸업식이 열린 경기 안산시 선부 2동 경일정보산업고등학교 강당. 한 졸업생이 선생님과 친지들에게 둘러싸여 축하인사를 받기에 바빴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한 때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이유림(李柳林·20·여)씨. 그에게 졸업장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학교와 학생들의 도움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가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안 것은 중학교 3학년이던 95년 말. 고교 합격 통지서를 받은 직후였다.
당시 외할머니(67)와 단 둘이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던 이씨로서는 수천만원의 수술비를 구할 길이 막막했다. 이씨가 두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이씨는 외할머니에게 맡겨졌던 것.
“진학도 치료도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어요….”
96년 3월 입학식에만 참석하고 병원에 입원한 이씨에게 ‘구원의 빛’이 비쳤다. 딱한 사연을 전해들은 경일정보산업고등학교측이 대대적으로 치료비 모금운동에 나선 것.
학생들이 용돈을 절약해 모은 580여만원에 교직원들이 240만원을 보탰고 학교측은 안산 지역의 다른 학교와 교회, 기업체 등에 협조공문을 보냈다. 이렇게 모은 성금이 9980여만원. 치료비로 쓰고도 4500여만원이 남았다. 이씨는 남은 돈의 일부를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씨는 96년 1년간 휴학한 뒤 5차례 수술을 받고 통원치료를 계속해 지난해 말 완치 진단을 받았다. “저를 도와주신 선생님과 친구 선배들, 아직까지 매달 수천원∼수만원씩 익명으로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평생 빚진 마음으로 남을 도우며 살게요.”
이씨는 학교에서 배운 컴퓨터 실력을 살려 웹디자이너가 될 꿈을 키우고 있다.
<안산〓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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