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소비자주권 '지킴이'…가격-품질 정보 가득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소비자에게는 인터넷이 공정거래위원회보다 효자.’

‘쌍방향 의사소통, 정보의 무한 확산’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인터넷이 정부의 정책 개입 없이도 소비자 주권을 혁명적으로 신장시키고 있다.

▽선택의 권리〓미국의 ‘컨슈머리포트’, 영국의 ‘휘치(Which)’ 등 소비자정보지는 매달 수많은 상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를 싣고 있다. 고정독자만 수백만명.

그러나 이런 정보지를 구할 수 없는 한국의 소비자는 상품을 사용해 본 친지로부터 정보를 얻거나 기업의 일방적인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대신해 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최근 잇달아 등장하면서 기업의 일방적인 정보전달 관행이 무너지고 있는 것.

‘웹나라’ ‘야비스’ ‘숍바인더’ 등 가격탐색 사이트는 특정 상품을 어느 기업이 가장 싸게 파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과거 시장을 샅샅이 뒤져야 알 수 있던 정보를 클릭 한번으로 제공받는다.

상품의 질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 각 PC통신에는 요즘 인터넷 고속통신망 서비스의 허실을 지적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또 자동차 관련 사이트에는 전문가 수준의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한 각 자동차의 특징을 비교한 글이 수백편 올려져 있다.

소비자가 마음만 먹으면 상품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과거 소비자는 구매한 상품에 불만이 있어도 교환이나 보상을 받으려면 힘든 싸움을 벌여야 했다. 인터넷시대의 기업은 한 사람의 소비자도 무시할 수 없다. 단 한 명의 소비자가 특정상품이나 회사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안티(ANTI) 사이트’가 정부의 제재보다 무섭기 때문.

최근 한 복사기 업체는 소비자의 불만을 묵살했다가 크게 혼났다. 복사기 설치 후 서비스 요금이 부당하다고 환불을 요구한 소비자가 이 업체를 규탄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자 수천명의 네티즌이 공감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 이 업체는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결국 소비자에게 환불을 해줬다.

지난해 7월 일본에서는 한 영업사원이 소비자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했다가 이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결국 회사 사장이 공개적으로 사죄까지 했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여정성(余禎星)교수는 “소비자 주권이 미약한 한국의 현실에서 인터넷은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혁명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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