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는 160cm 정도에 안경을 썼으며 눈이 약간 크고 갸름한 얼굴형이었어요. 81년 미국으로 이민가신 걸로 아는데 현재 어디 계신지는 모릅니다.”
이야기는 81년 임씨의 부산 동명초등학교 5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집안사정이 좋지 않던 임씨는 육성회비가 3개월치나 밀렸다. 서무주임에게 호되게 당하던 날 김선생님은 임씨를 감싸 구해줬고 귀가하는 그의 손에 “아버지께 갖다드리라”며 편지를 한통 쥐어보냈다. 그 다음날 목수였던 아버지가 만든 새장을 선생님께 전달한 임씨는 편지에 ‘새장을 만들어달라’는 얘기가 쓰여 있었겠거니 생각하며 자랐다.
당시 편지에 육성회비 3000원이 들어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은 그가 성인이 된 뒤였다. 선생님을 찾아나섰다. 미국의 한인방송 ‘라디오코리아’에 글을 올리고 인터넷과 PC통신에도 사연을 띄웠다. 지인들을 통해 수소문하기도 했다. 허사였다. 그나마 보물처럼 간직하던 편지도 지난해 말 잃어버렸다.
임씨의 사연은 지난해 12월 인터넷통신업체 ‘채널아이’의 공모에 1등으로 당선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김선생님이 아니었더라면 전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선생님을 꼭 한번 만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