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실험은 검찰관계자가 모델하우스의 안방 장롱에 걸린 옷가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장문을 굳게 닫으면서 시작됐다. 불길은 화학섬유로 된 옷을 타고 2분 만에 6평 크기의 안방 천장으로 옮아붙었다. 1분 후에는 방안에 연기가 가득했고 곧이어 시커먼 연기가 모델하우스 밖으로 새어나왔다. 실험시작 6분 만의 일이다.
피고인 이도행(李都行·36)씨의 무죄를 주장하며 5년 가까이 변호해 온 김형태(金亨泰)변호사는 “연기, 연기가 새어나온다”며 탄성을 질렀다.
이날 실험은 96년 말 아내와 한살배기 딸을 살해한 뒤 불을 질러 범죄를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씨가 진범인지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다.
실험의 핵심쟁점은 불을 붙인 뒤 2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불길이 제대로 피어오르는 ‘지연 화재’가 가능한지 여부. 검찰은 외과의사인 이씨가 지연화재를 충분히 생각해낼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이 있다고 봤었다.
95년 6월 사건 당시 아파트 경비원이 모녀가 살해된 뒤 불에 타고 있는 상황을 목격한 시간이 오전 9시10분. 이씨는 당시 “오전 7시쯤 출근했다”며 어떻게 2시간이 지나서야 불이 붙는 지연화재를 일으킬 수 있느냐고 맞섰다.
수사기관은 당시 지연화재는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보험협회가 만든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는 발화장소 주변온도 등 피해상황을 입력한 결과 방화시간이 오전 7시 이전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변호사는 실험이 끝난 직후 “이로써 검찰의 유죄주장은 근거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녹화테이프를 법원에 감정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