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7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6가 평화시장 1층 장모씨(38)의 옷가게. 주변 옷가게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아 노수관씨는 이 옷가게를 택했다. 죄수복을 갈아입기 위해 잠바와 회색 면바지 흰운동화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노씨 등을 본 주인 장씨는 대번에 이들이 탈주범인 것을 알았다.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이들의 탈주사실과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던 장씨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러나 침착해야 했다. 장씨는 이들이 탈주범인 것을 모른 체하고 옷을 팔면서 안심시키는 ‘여유’를 보였다.
장씨는 노씨 등이 옷을 사고난 뒤 2층 화장실에 옷을 갈아입으려고 올라가자 재빨리 112로 경찰에 “탈주범으로 보이는 수상한 사람이 나타났다”고 신고했다.
장씨의 신고를 받고 긴급출동한 을지로파출소 소속 김병욱순경(29) 등 2명은 오전 7시 20분경 2층 화장실 앞에서 서성이던 노씨에게 신분증 제출을 요구했다. 순간 노씨는 가지고 있던 죄수복이 든 쇼핑백을 팽개치고 상가 밖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씨는 이내 청계천로의 중앙분리대를 넘지 못하자 도주로를 바꿔 다시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가려다 시장입구에서 골목 안으로 들어오는 트럭에 부딪혀 넘어졌다. 퇴로가 막힌 노씨는 칼을 휘두르며 10여분간 격렬히 저항했다. 경찰의 힘만으로는 역부족. 안병석씨(45) 등 이 상가 경비원 3명이 급히 합세해 격투를 벌인 끝에 노씨는 마침내 검거됐다.
옷가게 주인 장씨의 신고정신이 노씨의 검거에 1등공신이 됐지만 정작 장씨 자신은 범인들의 보복 등을 우려해 신고 직후 종업원에게 가게를 맡기고 잠적한 상태. 노씨가 검거되는 과정을 목격한 상인 이모씨(30)는 “어제 광주에서 달아난 범인들이 하룻밤 사이에 이곳까지 올라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경찰은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따끔하게 일침.
<박윤철기자> 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