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교정분야에서는 새정부의 인권중시 정책에 힘입어 재소자의 인권을 혁신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개혁이 있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의 경우 재판을 받기 위해 수용시설 밖으로 나갈 때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 본인이 희망할 경우 사복착용이 허용되고 수용시설내의 형법으로 불리는 행형법이 개정되어 재소자에 대한 계구사용 요건 등이 크게 완화됐다.
▼ 선진국의 2∼5배 업무부담 ▼
또 수용시설에서 법원 검찰에 출정해 구치감 거실에 대기중인 수용자에게 일률적으로 수갑을 채우던 것을 정신이상자나 자살우려자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수갑을 채우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재소자 인권보장에 역점을 둔 열린 교정행정은 한편으론 범죄자들의 특성 등을 감안할 때 난동 탈주 등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교도관은 “사건 당시 피고인 35명을 호송하면서 교도관은 6명이 따라 갔다고 한다. 인권도 보호하고 도주도 막으려면 교도관을 50명이라도 보내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교도소 지킬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교도소 현장의 열악한 사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99년3월 현재 우리나라 교도관 1명당 재소자 숫자는 5.5명. 미국 3.3명 일본 2.9명 영국 1.4명 등과 비교하면 2∼5배의 업무 부담이 더 있는 셈.
25일 현재 전국의 재소자는 6만4018명인데 이중 2만7719명(43%)이 사형수 무기수 강도강간범 히로뽕사범 등 특별한 감시와 관리를 필요로 하는 ‘특정강력범’이다.
법무부 보안과 관계자는 “특정강력범은 독방에 수용하고 교도관이 ‘1대 1 계호(戒護)’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용시설과 인력 부족으로 100% 지켜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탈주범 3명도 원칙대로라면 교도관이 각각 1명씩 맡아 시종일관 감시해야 한다는 것.
재소자가 각종 이유로 교도관을 고소하는 것은 95∼98년까지는 11∼25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91건으로 폭증했다. 한 재소자는 “교도관이 나를 무섭게 노려봐 ‘시선(視線)폭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을 낼 정도. 교도소 내 소란난동은 98년 600건에서 99년 772건으로 28%, 교도관을 폭행하는 사건은 같은 기간 151건에서 306건으로 102%나 늘었다.
▼ "인원늘려 계호 강화해야" ▼
교정공무원들은 “이같은 현상은 정부의 교정정책이 교도소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소자의 인권만 보장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탈주 사건으로 인권을 중시하는 ‘열린 교정행정’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朴來群)사무국장은 “인권 존중에는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변명이 있을 수 없다”며 “돌출적인 사건 때문에 전체 재소자의 인권이 다시 제한 받아서는 결코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지법 형사부 판사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소자나 피고인의 인권을 제한하는 것보다 교도관의 숫자를 늘려 흉악범들에 대한 계호를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