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확인된 3건의 납치사건에서 드러난 장씨의 역할은 ‘환치기’를 통한 돈 전달자. 인질의 가족이 돈을 보내면 장씨와 친분이 있는 인물들이 돈을 달러로 바꿔 중국의 장씨에게 송금하고 장씨는 이를 다시 중국 돈으로 바꿔 납치범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장씨가 3건의 납치를 조직적으로 주도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 장씨는 김영욱씨와의 통화에서 “나는 환치기상일 뿐 그 이상은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납치범들의 신원에 대해서도 “돈을 받자마자 바로 전달해줘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 말대로라면 장씨는 중국내 여러 납치조직의 부탁을 받고 이들에게 달러를 중국 돈으로 바꿔주는 ‘단순가담자’ 역할만 한 것이 된다.
하지만 3건의 납치사건 모두에 그가 연루된 점으로 미뤄 장씨가 납치범들의 부탁을 받은 단순가담자라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중국에서 환치기하는 한국인이 상당수에 이르는데 장씨만 유일하게 모든 납치사건에 연관될 수는 없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송모씨, 조명철씨와 김씨의 납치사건이 모두 수법이 비슷해 동일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장씨는 어떤 식으로든 이 조직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김씨 사건에서 납치범들은 김씨에게 전혀 주저하지 않고 장씨가 관리하던 통장번호를 알려줘 납치범들과 장씨의 ‘커넥션’이 상당히 긴밀했음을 보여줬다.
또 장씨가 관여한 납치사건이 추가로 밝혀짐에 따라 중국에서의 한국인납치가 우발적 범죄의 연속이라기보다 환치기상-납치범들의 조직적 범죄일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장씨가 단순 환치기 역할뿐만 아니라 조직적으로 범죄를 주도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중국에서 도피중인 장씨의 신변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