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자 中 납치극]피해자 김영옥씨 "계획된 범행 인상"

  • 입력 2000년 2월 27일 19시 21분


지난해 7월 중국 베이징에서 납치범 3명에게 납치된 뒤 1200만원을 주고 풀려난 김영욱씨는 27일 본보와 인터뷰를 통해 “납치범들이 권총을 머리에 들이댈 때 꼭 죽는 줄만 알았다”고 당시의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납치사건 이후 정신적 충격으로 지난해 12월 사업을 정리했고 최근 한 무역회사에 다시 취직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

―납치 당시 상황은….

“99년 7월28일 베이징에서 거래처 사장인 박모씨를 만났다. 박씨와 호텔에서 사업이야기를 하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고 바로 납치범들이 들이닥쳤다. 옷을 다 벗기고 온 몸을 묶은 뒤 유창한 한국말로 협박을 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살아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납치범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

“나한테는 한국말로, 자기들끼리는 중국말로 대화를 했다. 말투가 조선족 같았고 모두 30대 초반이었다. 권총도 갖고 있었는데 가짜 같지는 않았다. 다음날 헤어질 때 ‘원래 당신에게 3000만원 정도는 뜯어낼 계획이었는데 이 정도로 참겠다’고 말해 계획된 범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밤을 새는 동안에는 자신들도 초조한지 대마초를 말아 피우기도 했다.”

―귀국 후 즉시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내 여권을 통해 집주소를 알고 있었다. 신고를 하면 가족까지 다 죽인다고 했다.”

―돈을 송금한 통장이 장낙일의 중학교 동창 전모씨의 것인데….

“전씨는 장낙일에게 통장을 빌려줬을 뿐이라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이후 장낙일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자기는 환치기상일 뿐이고 자세한 것은 잘 모른다고 했다. 납치범들을 ‘단순한 거래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장씨는 다시 연락이 됐나.

“E메일을 한번 보냈다.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니 ‘E메일을 받지 못했다. 지방에 내려와 있으니 베이징에 가면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다시 전화하자고 하더니 더 이상 연락이 안된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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