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철-유학생 납치사건]장낙일씨, 작년 韓國人도 납치

  • 입력 2000년 2월 27일 19시 21분


귀순자 조명철(趙明哲·41)씨와 유학생 송모씨(31)의 납치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27일 두 사건에 연루된 한국인 환치기상 장낙일씨(32)가 지난해 7월 한국인 사업가 김영욱(金榮旭·41)씨 납치사건에 또다시 개입한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장씨가 중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사건을 주도했거나 적어도 납치범들과 짜고 한국인 여행객과 유학생들을 납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장씨의 신변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납치사건도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27일 중국 인터폴에 장씨를 조속히 검거, 인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번 납치사건의 주요 용의자중 한사람인 한모씨의 미국출국을 방치하고 초동수사과정에서 계좌추적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허점을 드러내 의혹을 사고 있다.

▼ 장씨 동창 통장에 입금 ▼

▽김씨 납치 경위〓경찰은 무역업을 하던 김씨가 지난해 7월 사업차 중국을 방문했다가 권총을 든 납치범 3명에게 납치돼 1200만원 가량을 주고 풀려난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경찰관계자는 “당시 김씨의 몸값 중 일부가 환전상 장씨의 중학교 동창 전모씨의 통장으로 들어간 뒤 장씨가 인출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7일 동아일보와의 단독회견에서 “납치 당시 두목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리가 지금까지 납치한 한국인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해 한국인만 노리는 전문조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7월2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거래파트너인 조선족 박모씨를 만나 호텔 숙소에서 대화하던 중 오후 9시경 갑자기 들이닥친 3명의 납치범에게 현금 15만원과 미화 2000달러, 시가 60만원 상당의 손목시계 등을 빼앗겼다.

납치범들은 김씨의 옷을 벗긴 뒤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고 “한국에 연락해 돈을 더 보내라. 아니면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김씨는 갖고 있던 2장의 신용카드로 2000달러를 인출해 준 뒤 함께 인근 보석상에서 4000달러 가량의 귀금속을 구입해 빼앗겼다.

그는 또 아내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200만원을 장낙일씨의 중학교 동창 전모씨의 통장으로 입금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장씨와 납치범들의 관계〓김씨는 귀국후 2월12일 어렵사리 환전상 장씨와 통화했다. 김씨는 그에게 납치범들의 신상을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장씨는 “돈을 받은 뒤 바로 전달만 했다. 그들의 신상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장씨는 또 “나도 피해자다. 돈만 전달했을 뿐인데 한국 검찰이 통장 사용을 정지시켜 통장에 든 수백만원을 못찾고 있다”고 말했다고 김씨는 밝혔다.

▼ 경찰 관련자 신병 확보못해 ▼

▽경찰수사의 난맥상〓일련의 납치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사건관련자의 신병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는 등 수사과정 곳곳에 허점이 드러났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조씨의 몸값 2억5000만원을 송금받은 한모씨(61·여)가 24일 오후 5시40분 싱가포르항공편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외손녀 돌잔치 참석차 출국한 한씨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막내딸 집에 머물고 있다”며 “한씨는 26일 전화통화에서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당초의 한달 체류계획을 앞당겨 1주일 안에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그동안 한씨가 수사에 협조적인데다 이번 납치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판단 하에 출국금지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서 “만약 한씨가 귀국을 거부할 경우에는 범죄인 인도협약에 따라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자신의 출국사실을 경찰에 사전통보하지 않았으며 경찰도 당일 밤 늦게서야 출국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상호·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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