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28일 첫공판…연정희씨등 재판연기 신청

  • 입력 2000년 2월 27일 19시 44분


작년 1년 내내 시끄러웠던 옷로비 의혹사건 재판이 28일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현재 재판연기 신청을 내놓아 경우에 따라서는 연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사건은 지난해 경찰청 조사과(일명 사직동팀) 수사-검찰 수사-국회 청문회-특별검사 수사-대검 재수사 등을 거쳤으나 결론이 제각각 달라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6월 검찰은 이 사건을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측의 실패한 로비’로 규정했지만 특검은 ‘포기한 로비’라며 의상실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를 사실상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재수사에 나선 대검은 이같은 결론을 뒤엎고 다시 이씨를 주범으로 구속기소했다. 정씨와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 등은 각각 위증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그 후 법원이 지난달 30일 이씨의 보석을 허가함에 따라 이 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사건과는 별도로 불거진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 및 은폐 사건으로 구속됐던 김전장관과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은 다른 재판부에 배당돼 있어 이 사건과는 별도로 진행된다.

따라서 법원 재판과정에서 옷로비 의혹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어떻게 규명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은 재판이 열리기 전부터 당사자들 사이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첫 재판기일이 열리기 전부터 배정숙씨를 제외한 연정희 정일순 이형자씨 등 모든 피고인이 재판연기 신청을 냈다. 1000여쪽이 넘는 방대한 수사기록 등을 변호인이 검토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충분한 준비를 거쳐서 한치의 말실수도 없이 재판에 임하겠다는 뜻이다.

재판부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1년 이상 온 국민의 관심을 끌어온 만큼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가 진실을 규명해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관계자들의 진술 외에는 뚜렷한 ‘물증’이 없어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형자씨 또는 정일순씨 가운데 한 사람은 유죄판결을 받는 상황과 양쪽 모두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는 상황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