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을 500엔으로" 주화변조 15억원 챙긴 4명 구속

  • 입력 2000년 2월 28일 19시 52분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500원짜리 동전을 일본 주화 500엔처럼 변조해 일본에서 대량으로 유통시킨 주화변조단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청은 28일 500원짜리 동전 30여만개를 변조해 일본에서 자판기 등을 이용, 유통시킨 혐의를 받은 최모씨(37) 등 4명을 구속하고 같은 일당 공모씨(38) 등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경남 사천시 향촌동에 전기드릴 등을 갖춘 공장을 차려놓고 국내에서 사용중인 500원짜리 동전 30여만개를 전기드릴로 0.48g씩 깎아 일본돈 500엔과 같은 무게로 변조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같이 변조한 500원짜리 동전을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왕복 운행하는 여객선 카메리아호 선원인 공씨 등을 통해 지난해 10월 일본으로 밀반입했다. 이들은 변조한 500원짜리 동전을 일본에서 담배나 주스자판기 등에 넣어 50엔짜리 물건을 구입하고 나머지 450엔을 거슬러 받는 수법으로 모두 1억5000엔(약 15억원)을 챙겼다.

이들이 이처럼 500원짜리 동전의 무게를 줄여 일본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재 일본에서 사용되는 500엔짜리 동전이 500원짜리 동전과 크기는 같고 무게만 조금 무겁기 때문.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93년부터 한국의 500원짜리 동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 왔으며 특히 97년부터는 일본에 유입되는 500원짜리 동전이 10만개를 넘어서며 사회문제가 돼 왔다.

일본경찰 등에 의해 일본에서 발견된 500원짜리 동전은 97년 16만5508개였으며 98년과 지난해는 27만3457개와 82만1654개로 갈수록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변조된 500원짜리 동전이 일본에서 크게 유통되자 중국인들까지 500원짜리 변조에 나서 지난해 11월에는 500원짜리 동전을 변조해 일본에서 유통시킨 중국인 일당이 일본경찰에 처음 검거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은 변조된 500원짜리 동전의 유통을 막기 위해 올 8월 일본에서 사용중인 25억개 정도의 500엔 동전을 새로 제작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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