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탈주범 鄭씨 탈주경로-내부공모 여부 추궁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7일 경찰에 검거된 탈주범 정필호(鄭弼鎬·37)씨는 자신이 탈주극을 주도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정씨는 또 흉기를 지닌 채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법원 대기실을 통과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정씨를 상대로 밤샘 조사를 벌여 탈출 경로와 이유, 탈출 모의 여부, 교도소내 흉기 반입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정씨는 이날 오후 광주교도소로 넘겨졌다.

정씨는 이날 오전 7시30분경 서울 은평구 불광1동 지하철3호선 불광역 부근에서 경찰과의 격투 끝에 붙잡혔다.

정씨는 경찰조사에서 “나는 이번 탈주극을 주도하지 않았다”며 이미 검거된 노수관(魯洙官·38)씨와 장현범(張鉉範·32)씨의 “장씨가 탈주를 주도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정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노씨와 장씨가 ‘칼을 만들어주고 협조하지 않으면 법정에서 너도 공범이라고 거짓 증언하겠다’고 위협해 어쩔 수 없이 감옥 쇠창살을 뜯어 흉기 네자루를 만들어 두 사람에게 2자루씩 나눠줬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어 “노씨 등이 칼 한자루를 넘겨주며 탈주하자고 제의했다”며 탈주 주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정씨는 내부공범자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정씨는 “재판이 있기 2, 3일 전에 흉기를 교도소 대기실 외벽에 휴지와 물을 이용해 붙여놓고 검색대를 통과한 뒤 이를 떼어내 가슴에 품고 법원 호송버스에 탔다”며 “내부 공범자는 없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이어 “법원대기실을 통과할 때에도 100여명이 동시에 우르르 들어가 교도관이 흉기 소지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여론이 잠잠해지면 서울 연세대 근처에서 만나기로 하고 노씨 등과 헤어졌다”고 진술해 추가범행을 계획했음을 시사했다.

경찰조사에서 정씨는 지난달 25일 서울 평화시장에서 경찰의 검거를 피한 뒤 서울 인근 야산에 숨어들어 12일 동안 생라면과 빵, 계곡물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사람들과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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