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때 집중살포▼
골목마다 일렬로 늘어선 인근 술집, 나이트클럽, 대리운전업체 등의 종업원들이 경쟁하듯 다가와 다양한 판촉물을 주기 때문.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면 유씨의 책상은 스포츠 신문, 담배, 라이터, 고급 볼펜, 휴대용 휴지, 메모용지 등 판촉물로 가득 찰 정도다. 최근에는 바나나를 판촉물로 나눠주는 경우도 있어 디저트로 즐겨 먹는다.
대형 빌딩이 몰려 있는 서울 중구 무교동 소공동 북창동 일대와 영등포구 여의도동, 강남구 역삼동 등의 식당 골목에는 점심시간마다 이같은 판촉물이 넘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홍보전단이 대부분이고 기껏해야 껌 정도의 값싼 물품이 대부분이었으나 올해 초부터 경기가 회복되면서 값이 제법 나가고 다양한 판촉물이 등장했다.
서울시청 직원 서모씨(45)는 8일 “며칠 전에 유흥업소 여종업원에게서 1000원 가량 하는 고급 볼펜과 바나나를 한꺼번에 받은 적이 있다”며 “이렇게 비싼 판촉물을 뿌려도 남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판촉물은 시중에서 파는 제품 가격의 30∼40%에 사들이기 때문에 ‘부담이 안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 시중에서 한 개에 300∼400원에 팔리는 라이터의 경우 80∼100원에 구입한다는 것.
북창동 J단란주점 업주 한모씨(45)는 “유흥업소에만 전문적으로 판촉물을 공급하는 업자들이 판촉물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에서 물건을 구입해 오기 때문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씨는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판촉물 50∼100개를 돌려 그것을 받은 사람 가운데 1명만 업소에 찾아와도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서울 강남지역의 대형 룸살롱 등 고급 유흥업소들은 이같은 ‘길거리 홍보’는 하지 않는다.
▼100명돌려 한명와도 남아▼
청담동 C룸살롱 주인 장모씨(39·여)는 “판촉물을 받고 찾아오는 손님 중에는 술값이 비싸다고 항의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고객에게 난 화분이나 복권 연극티켓 등을 보내는 경우는 있어도 행인들을 대상으로 마구잡이 홍보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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