禹제주지사 도의회서 피습… 택시기사 200여명 난입농성

  • 입력 2000년 3월 9일 23시 49분


개인택시 면허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제주지역 개인택시 기사들이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우근민(禹瑾敏)제주지사가 택시기사들 쪽에서 날라온 집기에 머리를 맞아 중상을 입었다.

9일 오후 3시경 제주도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 200여명은 제159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리는 회의장에 몰려 들어가 회의장과 방청석 등을 점거한 채 도지사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우지사는 시위대를 진정시키기 위해 택시기사 대표와 면담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 오후 3시 15분경 발언대에서 내려와 회의장을 빠져 나가려다 시위대 쪽에서 날라온 메모지 받침대에 맞아 왼쪽 이마가 5㎝ 가량 찢기는 상처를 입었다.

우지사는 곧바로 인근 J의료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으며 뇌진탕 증세도 보여 2주 정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택시기사 100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제주시 애향운동장에서 개인택시면허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제주도청 앞까지 가두행진한 뒤 경찰과 대치하다가 200여명의 택시 기사들이 도의회 본회의장으로 몰려 들어가 40분 가량 점거농성을 벌였다.

당시 제주도의회 박희수(朴喜秀)운영위원장은 이날 시위와 관련, 도의회에 경찰력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각서를 썼다. 이 때문에 택시기사들은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고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택시기사들은 개인택시면허 자격을 갖춘 해당자에게 모두 면허를 발급하는 바람에 해마다 200∼300대의 개인택시가 새로 생겨 기존 택시기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사건 당시 폐쇄회로에 찍힌 화면 등을 확보해 메모지 받침대를 던진 택시기사와 본회의장을 점거한 시위대의 신원을 조사중이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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