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법체류 조선족 협박 돈뜯어"… 10여건공개 조사촉구

  • 입력 2000년 3월 11일 01시 09분


경찰이 불법체류 조선족들을 검문해 체포한 뒤 강제추방하지 않고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뜯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소장 김해성 목사)은 10일 9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경찰이 불법체류 조선족들을 검문해 체포한 뒤 풀어주는 대가로 5만원부터 500만원까지 돈을 받았다고 주장한 조선족 피해자의 진술서 10여건을 공개하고 경찰이 자체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조선족 정모씨는 98년 2월9일 오후 10시경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조선족 최모씨 집에 있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관 3명에 의해 독산파출소로 연행돼 “강제추방될 것”이라고 협박을 당했다는 것.

경찰은 정씨의 연락을 받고 파출소로 찾아온 정씨의 친척으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뒤 다음날 오전 4시반경 정씨를 풀어줬다고 그는 진술했다. 또 조선족 하관희씨 등 3명은 96년 경기 성남시 모란5거리 인근 당구장에서 사복경찰관에 의해 하대원파출소로 연행된 뒤 각각 500만원을 건네주고 풀려났다고 진술했다.

김목사는 “지난해 10월 조선족 100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중 400여명이 경찰에게 돈을 뜯긴 경험이 있을 정도”라며 “경찰이 조선족을 연행한 뒤 돈 뜯는 것은 물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아 이에 항의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므로 김목사측에 관련자료를 요청할 방침”이라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경찰개혁의 연장선상에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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