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함께]부천 춘의 종합사회복지관

  • 입력 2000년 3월 14일 08시 19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주공아파트 주민들의 IMF시절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어려웠다. 주민의 62%가 생활보호대상자인 영세민들이 모여 사는 영구임대아파트단지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가장의 실직으로 가족이 해체되다시피 한데다 자녀들마저 탈선의 길로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청소년 자녀들이 자기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사회봉사활동을 열심히 벌이고 있어 희망이 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부천춘의종합사회복지관이 가톨릭대 자원봉사단원 등과 실직가정의 자녀들을 일대일로 관계를 맺어주는 사업을 벌여온 결과다.

복지관이 실직가정 자녀들의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98년 6월. 실직가정 실태조사에서 자녀들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로 파악된 것이 계기가 됐다.

실직가정 자녀들을 희망의 상징인 파랑새에 비유한 ‘파랑새 나누기 결연사업’으로 150여명의 청소년이 가톨릭대 등 지역의 대학생들과 결연을 맺었다.

매주 한번 집에 찾아가는 대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놀면서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되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기와 결연을 맺은 자원봉사자하고만 붙어 다닐 뿐 좀처럼 다른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않으려 했다. 아이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면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집으로 찾아가 아이들을 불러와야 했다.

봉사단원들은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 수화, 그림, 풍물, 춤, 신문제작 등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들였다.

동아리 활동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특히 퇴학당하거나 자퇴한 아이들로 구성된 축구동아리 회원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서너명으로 시작된 축구동아리회원은 지금 30여명으로 불어났다.

복지관은 이에 그치지 않고 봉사의 대상이었던 아이들을 봉사의 주체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지난해 3월 80여명의 아이들로 ‘파랑새 봉사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아파트 주변 청소와 쓰레기 분리수거작업부터 시작했다. ‘영구임대아파트는 지저분하고 주거환경이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서 였다. 노인과 장애인들의 말벗도 되어 주고 있다.

이와 함께 복지관은 6일부터 복지관 2층에 ‘저소득층 주민자녀’보육시설을 갖추고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복지관 별관 지하에 무공해 콩나물과 비누 등을 파는 중고재활용품 매장을 운영해 수익금으로 불우아동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복지관 최종복(崔鐘福) 복지사는 “시련을 이겨낸 뒤 ‘훌쩍’ 자란 아이들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부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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