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갑부 '富의 지도' 바꿔…로커스사장 주식평가액 국내2위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국내 기업인 중 가장 큰 부자는 누구일까. 재벌회장? 아니면 벤처기업인?

벤처기업 오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자 서열’을 거론할 때 후보에도 끼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코스닥 활황에 힘입어 일부 벤처기업인들은 10대그룹 회장의 재산을 추월하는 신흥재력가로 급부상했다.

▼이건희회장 8621억 1위▼

▽평가금액 1위는 삼성 이건희회장〓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5일 현재 대우그룹을 제외한 10대그룹 회장과 명예회장이 보유한 상장주식수는 총 1억3743만여주로 평가금액은 2조1383억원. 이는 1년 전에 비해 주식수는 28%, 금액은 46% 증가한 것이다.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의 계열사 보유주식수는 총 547만5000여주. 다른 그룹 회장에 비해 보유주식수는 적지만 평가금액은 8621억원으로 10대재벌 회장 중 가장 많았다. 이회장은 작년 3월말에 비해 보유주식수가 53만주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삼성전자의 주가 급등으로 평가금액은 무려 5380억원이나 증가했다.

현대그룹 정주영명예회장은 현대중공업 상장에 힘입어 3999억원의 평가액을 기록, 10대 재벌회장 중 2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 정몽헌회장 3233억원 △현대 정몽구회장 1560억원 △SK 최태원회장 1195억원의 순.

현대 3부자의 주식 평가금액은 8792억여원으로 10대그룹 회장 및 명예회장들이 보유한 지분 평가액의 41%에 달했다.

▽신흥 갑부 1위는 로커스의 김형순사장〓벤처기업인 중 평가금액이 가장 많은 사람은 통신소프트웨어업체 로커스의 김형순사장(39). 작년 12월 코스닥시장에 주당 3만3000원에 등록한 뒤 15일 현재 주가가 19만원으로 급등하면서 그가 가진 지분의 평가금액은 7533억원으로 치솟았다. 10대그룹에 포함해도 이건희회장에 이어 2위인 셈. 29세 때 직원 4명과 2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10년 만에 갑부가 된 것이다. 벤처자산가 중 2위는 반도체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사장(40)으로 주식평가금액은 6869억원. 대표적 인터넷기업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사장(33)과 새롬기술의 오상수사장(35)은 각각 2473억원, 2116억원의 자산가로 변신했다. 버추얼텍의 여성벤처기업인 서지현사장(35)도 3000억원대의 평가금액을 기록중.

▼통합순위서 벤처인 상위권▼

▽갑부 판도가 바뀐다〓인터넷과 정보통신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인들은 이미 ‘굴뚝기업’인 10대그룹 회장의 부를 추월했다. 10대그룹 회장과 벤처기업인을 아우른 ‘통합 순위’에선 벤처기업인이 상위권을 휩쓸 정도.

코스닥시장의 활황이 지속되면 이들의 주식자산은 금세 조단위로 불어날 수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순식간에 거품처럼 꺼질 수도 있다. 또 재벌총수의 재력에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주식 가치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

증권전문가들은 “산업구도가 기존의 제조업에서 인터넷 정보통신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의 지도’도 신흥재력가의 탄생으로 크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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