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아들 소환 안팎] 검찰 "원칙대로 할뿐"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검찰이 20일 병역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 자제에 대한 소환조사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총선정국이 ‘병풍(兵風)’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게 됐다.

해당 정치인들은 표와 직결될 수 있는 검찰수사의 파괴력을 의식, 강하게 반발하며 소환에 불응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은 한나라당 등 야권에서 ‘청와대와 검찰이 짜고 이 사건 수사를 선거에 악용하려는 의도’라며 연일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는 것에 당혹해 하면서도 ‘원칙’을 강조하는 단호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은 20일 “그쪽(청와대)과는 전화 한 통 한 일이 없다”며 “야당에서 뭐라고 하던 그쪽의 자유지만 검찰은 오로지 원칙대로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말 억울하다면 하루빨리 출두해서 해명을 하라”고 촉구했다.

먼저 검찰은 이번 수사가 검찰의 기획이 아니라 시민단체인 ‘반부패시민연대’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며 ‘정치적 의도’를 부인한다. 검찰은 “시민단체의 낙선 낙천운동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반부패시민연대측이 신속히 수사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병역비리는 시기에 관계없이 척결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압도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혐의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철저한 보안 속에 조사를 벌일 방침이지만 자칫하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는 이미 통보자의 명단이 나돌거나 총선 전 수사에 반발하는 등 소환 전부터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여기에다 정치인 아들 31명중 10명이 해외에 체류하고 있어 강제소환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법처리 시기에 따라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다.

3월16일 이후 이어져온 수사팀의 행보도 미묘하다. 검찰은 20일 현재 관련 정치인 27명의 아들 31명에 대해 소환장을 발송했지만 이들과는 별도의 사회지도층 아들 35명의 경우 극히 일부를 빼고는 주소지 파악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검찰이 “이번 수사는 병역비리수사이지 정치인 수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사의 초점은 역시 정치인 아들에 맞춰져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내부에선 “병무비리 척결이라는 원칙은 좋으나 미묘한 시기에 본격 수사에 나서 자칫 성과도 없이 편파시비에만 휘말리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신석호·부형권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