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추방 광주가 앞장을"…총선연대 버스투어 시작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목숨 걸고 군부독재와 싸웠던 광주시민 여러분이 앞장서 우리 국민이 더 이상 지역감정의 노예가 아님을 보여주십시오.”

총선시민연대는 20일 오후 2시경 ‘부패무능정치인 퇴출과 지역감정 추방을 위한 전국 버스투어’의 첫날 행사로 광주 무등경기장 앞에서 택시 50대와 함께 도심 차량시위를 벌이며 ‘지역감정 타파’를 호소했다.

총선연대가 40여명의 집행부를 총출동시킬 정도로 공을 들인 ‘버스투어’의 출발지를 광주로 삼은 것은 이곳의 정치적 상징성 때문. 80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민주화의 성지로 꼽히면서도 그 뒤 ‘DJ당 말뚝만 박아도 당선’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특정정파가 싹쓸이하는 독특한 지역임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시위대가 방송을 하며 도심을 누비자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야말로 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뽑아야 한다”며 지역감정 타파에 동조했다.

회사원 임홍식씨(40·북구 오치동)는 “민주당이 과거와 같은 지지율을 절대 못 얻는다. 김대중대통령이 잘못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고 광주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조광윤씨(72·광산구 송정동)는 “낡은 정치를 바꾸자는 주장은 100% 옳지만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정서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평소 생각과 달리 투표 때만 되면 ‘기호 2번’으로 손이 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솔직히 말했다.

총선연대 박원순(朴元淳)상임집행위원장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타당후보가 나름대로 선전하면 지역감정에 균열이 일어날 것”이라며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광주시민들은 결국 지역감정을 뿌리치고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연대는 이날 광주를 시작으로 26일까지 마산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15개 도시를 돌며 대중집회와 토론회 및 ‘227만표 모으기 서명운동’(227개 지역구당 1만표씩)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현기득기자> rat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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