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여개의 수력발전댐과 다목적댐들을 통합 관리하면 엄청난 양의 용수공급과 홍수조절이 가능한데도 정부는 그동안 수조원의 국민 세금을 쓰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댐 건설만 추진해왔다. 광역상수도의 수력댐은 한국전력, 다목적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방상수도(하천에서 취수하는 물)는 환경부가 각각 관할하는 등 물 공급 관리가 다원화돼 서로 협조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 댐담당 부처인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도 수수방관했으며 경제장관회의나 국무회의 등 부처간 협조를 할 수 있는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방치해왔던 것.
최근 한국수자원공사의 연구에 따르면 전국의 댐들을 연계해서 관리할 경우 연간 5억t의 용수공급과 2억6000만t의 홍수조절(홍수때 댐이 가둘 수 있는 물의 양) 기능이 추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세금 펑펑쓰며 환경뒷전 ▼
이는 건설하려던 동강댐(용수공급 3억6700만t, 홍수조절용량 2억t)의 용량보다 많은 양이다. 또한 정부가 동강댐 건설의 논리로 내세웠던 2006년경 물 부족 추산량 4억t보다도 많다. 부처간 협조만 하면 예산 한푼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5조원의 혈세를 들이고 국론을 분열시켜 가며 동강댐을 건설하려 한 것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22일 “그동안 댐 관리가 이원화되어 홍수나 가뭄 때 협조가 잘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다목적댐은 홍수에 대비해 미리 댐을 비워 놓았다가 비가 오면 물을 가뒀지만 옆에 있는 수력댐은 비만 오면 오히려 발전(發電)에 적기(適期)라며 물을 마구 방출하는 상반된 모습을 연출했다. 홍수 때 물을 ‘아낌없이’ 방출한 수력댐은 정작 가뭄 때가 되면 물이 없어 용수공급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해마다 한강 유역이 수해로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본 것도 하천정비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한강 수계에 10개나 몰려 있는 댐들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홍수에 대비해 저수량을 줄여도 발전 용량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며 “수력댐이 그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은 단지 댐의 운영주체와 운영규정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댐관리 이원화 효율 떨어져 ▼
정부는 댐 건설이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닥치자 뒤늦게 지난해 ‘통합 댐관리 규정’을 만들고 총리실 산하에 수질개선기획단을 만들어 홍수 때 ‘이해당사자(정부 관계자의 말)’간 조정과 물관리 일원화 대책을 마련 중이다.
▼ 종합적 물수요정책 부재 ▼
물공급정책뿐만 아니라 물에 대한 종합적인 수요관리정책 부재도 문제다.
정부는 해마다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이라 하여 기념식과 함께 대대적인 물절약 캠페인을 벌여 왔지만 정작 물 절약을 위한 제도 및 기반시설 정비에는 눈감아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미 사용한 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중수도의 경우 수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여러 법에서 세금 및 수도요금 감면 등으로 설치를 권장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68개 업체만이 중수도를 설치했다. 시설비에 비해 세금감면 혜택이 적고 그나마 수요가 많은 대도시 광역시에는 세금감면 조례마저 없기 때문.
또 노후관 등으로 인한 상수도의 누수율도 14.8%에 달해 해마다 8억9000만t이 새어 나가 는데도 대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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