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납세 공방]'육군병장 ○○○' 피켓…상대후보 '미필' 꼬집어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4분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총선 후보등록과 동시에 후보들의 재산 및 납세, 병역 내용이 공개되자 선거현장에선 벌써 경쟁후보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 자신의 ‘득점(得點)’으로 연결시키려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납세실적이 미미한데다 병역까지 면제되는 등 ‘약점’이 중첩된 후보 진영에는 항의전화가 쏟아지는 등 유권자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대약점 공격▼

○…서울 양천의 한 민주당 후보진영은 30일 경쟁후보 A씨에 대해 ‘군대 안가고 3년간 세금 납부액이 100만원 이하 케이스’로 보도한 신문을 복사, 선거 사무실에 쌓아놓고 구전홍보반 등을 통해 이를 적극 전파. 이 후보진영은 특히 A씨가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낸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들어 “A후보는 군대 안가고 세금 안내고 전과까지 있는 3관왕 후보”라고 선전 중.

변호사출신 신진후보와 경합 중인 서울의 한 현역의원은 상대방의 소득세 납세실적이 1000여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거리유세와 유인물 등을 통해 “변호사 표준 소득세액이 연간 3900만원인데, 이 지역 출마자는 연간 400만원밖에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면서 “탈세후보를 찍어서는 안 된다”고 문제 제기.

서울 구로의 K후보는 “우리 지역에 5명이 출마했는데 나를 제외한 4명이 다 병역면제에다 납세실적이 전무하다시피하다”며 “유권자들이 알아서 판단해줄 테니 우리로선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라며 즐거운 표정.

○…전남 나주의 민주당 배기운(裵奇雲)후보는 이 지역구 무소속 이재근(李載根)후보와 무소속 나창주(羅昌柱)후보의 소득세와 재산세 신고현황을 토대로 “두 후보가 경기 포천과 파주 등 수도권에서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투기의혹이 있다”며 부동산구입 내용을 공개하라고 공격.

○…경남 마산의 무소속 H후보측은 상대 K후보의 병역기피의혹 외에 전과사실 여부를 시민단체의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확인 중. H후보측 관계자는 “유권자들은 병역면제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사기 폭력 등 파렴치한 범죄사실에는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므로 이를 유권자에게 효과적이고 합법적으로 알리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소개.

○…일부에서는 억울한 케이스도 발생. 서울 중구의 민주당 정대철(鄭大哲)후보의 경우 아들이 현역으로 군복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에 부자가 모두 병역 면제된 것으로 보도돼 해명에 진땀.

▼지방토론 공방▼

○…이미 지역별로 TV토론이 시작된 지방에서는 이들 사안이 토론의 쟁점으로 부각. 대구 MBC 주최로 29일 밤 1시간 동안 열린 대구 수성갑지역 TV토론회에서는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후보의 병역문제를 둘러싸고 후보간에 치열한 공방.

김후보측은 김후보의 병적기록이 ‘없음’으로 신고된 데 대해 “54년 신검직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소집이 연기됐다가 64년 경제학박사를 취득한 뒤 75년 병역의무가 종료됐다”고 해명. 그러나 자민련 박철언(朴哲彦)후보측은 30일 길거리유세에서 TV토론회 내용을 소개하며 “김후보는 지역분위기를 틈타 무임승차하려는 ‘무자격정치인’”이라고 공격.

○…29일 밤 포항 MBC 주최로 열린 포항 남-울릉지역 후보초청토론회에서도 자민련 강석호(姜碩鎬)후보가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후보를 겨냥, “이후보의 자제도 군검합동조사팀의 조사대상자 중 한 명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해명을 요구.

이에 이후보는 “내 아들이 허리디스크의 일종인 수핵탈출증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했으나 강후보는 이후보 아들의 병역문제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겠다고 호언.

▼자기강점 홍보▼

○…상대후보의 ‘병역면제’ 사실을 겨냥, 자신의 ‘병역 필’을 홍보하는 사례도 속출. 대구 남의 한나라당 현승일(玄勝一)후보측은 이날 길거리유세에서 병역면제로 신고한 자민련 이정무(李廷武)후보를 겨냥, “현후보는 31세라는 늦은 나이에도 입대해 신성한 병역의무를 마친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과시.

전주 완산의 민주당 장영달(張永達)후보는 개인 유세장에 ‘육군병장 장영달’이라는 피켓을 들고 나와 눈길.

○…서울 동대문지역의 한 여당후보측은 “유권자들에게 ‘상대당 후보가 재산이 2억9000만원이고 직업이 대학교수인데 소득세를 한푼도 안 냈다. 그러나 우리후보는 납세실적이 많다’고 홍보하면 100% 먹힌다”고 귀띔.

▼총선연대, 의혹후보에 공개질의서▼

○…경북 문경 총선시민연대는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문경-예천에 출마한 후보 3명에게 시민들이 의혹을 갖고 있거나 궁금해하는 사안을 선별,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로 했다고 발표.

전북시민운동 연합도 성명을 내고 “각 당 후보들이 낸 세금을 역으로 환산해보면 평균 연소득이 2000만원 정도”라며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후보 등록비(2000만원)는 마련했는지 모르겠다”며 해명을 촉구.

<총선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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