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충남 홍성군 구항면 장양리 자신의 목장에서 기르던 한우에서 의사 구제역 증세를 발견해 신고한 이모씨(57)는 이날 연방 한숨을 토하며 괴로워했다.
이씨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직원들이 자신이 기르던 한우 30마리를 모두 도살해 땅에 파묻는 것을 지켜보면서 “내가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아 고개를 들 수 없다”고 울먹였다.
이씨 집에서 500m쯤 떨어진 곳에서 소를 키우는 최모씨(52)도 이날 검역원 직원들과 함께 20마리의 소를 도살해 땅에 묻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날 줄 몰랐다.
경기 파주에 이어 의사 구제역이 발생한 충남 홍성군 구항면 일대는 한마디로 ‘계엄상황’을 방불케 했다. 구항면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 12곳에는 임시 초소와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가운데 무장 군인과 경찰관 등이 차량과 주민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또 마을은 온통 뿌연 소독약으로 뒤덮였다.
가축질병 발생지역에서 반경 500m 안에 거주하는 131가구 주민 400여명은 외부 출입이 완전 차단된 채 충남도에서 공급하는 생필품으로 생활하고 있다.
홍성축협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홍성지역 경제는 우시장이 이끌다시피했는데 우시장이 폐쇄됐으니 이제 지역 경제가 얼어붙게 됐다”고 걱정했다.
▽파주〓 수포성 가축질병이 결국 구제역으로 판명되자 파주지역 축산농가들은 크게 실망하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평면 수포성질병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김상기(金相起·44)씨는 “구제역이 아니기를 바랐는데 물거품이 됐다”며 “이제 자식 같은 가축을 모두 도축해 매립해야 하는 거냐”고 걱정했다.
특히 이날 법원읍 금곡 1리와 동문 1리 축산농가 젖소들이 또 의사 구제역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파주시 일대는 더욱 긴장감에 휩싸였다.
파평면 율곡 4리 해동목장 유진동(兪振東·40)씨는 “사태가 진정기미를 보여 안심했었는데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니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