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흘간 휴진이 예고되고 의사들도 단골환자들에게 3일간의 약을 처방해준데다 병원 종합병원 보건소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된 탓으로 예상했던 만큼의 의료대란은 없었다.
이날 전국 1만8911곳의 의원 가운데 75%인 1만4197곳이 종일토록 집단휴진했으며 이들 의원은 대부분 정문 입구에 휴진 이유와 함께 ‘응급환자는 인근 병원 응급실을 이용해달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경우 5027곳 중 3846곳(76%)이, 부산은 1625곳 중 1400곳(86%)이, 광주는 596곳 중 461곳(77%)이 문을 닫아 개인의원 10곳 중 8곳 꼴로 휴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구는 1092곳 중 1051곳(96%)이 휴진했으며 1일부터 계속 휴진해온 울산도 380곳 중 358곳(94%)이 문을 닫아 이들 지역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에 따라 정상진료를 한 병원과 종합병원, 보건소로 환자들이 몰려들어 평상시보다 외래 및 응급환자수가 10∼20% 증가했고 수납하거나 진료를 받으려는 보호자나 환자들로 병원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 11시반경 네살짜리 아들이 아파 서울 용산구 서계동 소화아동병원을 찾은 우석민씨(35·여·자영업)는 “밤새 토하고 설사한 애를 안고 새벽녘부터 동네병원 3곳을 다녔는데 모두 문을 닫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학교에서 조퇴하고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평동 강북삼성병원을 찾은 김아름양(18·고2)은 “동네 의원이 문을 닫아 여기까지 왔는데 대기중인 사람이 50명이나 돼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 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등 대학병원과 종합병원들에는 환자들이 몰리면서 대기 시간이 평소보다 2배 이상 길어졌으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은 가정의학과와 내과에 진료실을 하나씩 추가로 개방하고 비번 의사 2명이 임시 진료를 하기도 했다.
특히 의사들의 휴진율이 높고 종합병원이 많지 않은 지방에서 환자들의 불편은 더 컸다.
이날 11개월된 딸의 감기치료를 위해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허탕을 친 주부 황현희(黃鉉熙·35·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씨는 “의사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본분인 환자진료는 뒷전으로 미룬 채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동네의원 대부분이 휴진한 대구의 동구보건소에도 이날 오전부터 감기증상 등을 호소하는 노인과 어린이 수십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
<지방자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