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컴맹퇴치 정보화 열풍]"제대할 땐 모두가 컴도사"

  • 입력 2000년 4월 4일 20시 36분


“인터넷으로 자료검색은 물론 쇼핑까지 가능합니다.”

“교재에 나오는 인터페이스란 말은 무슨 뜻입니까.”

4일 오후 1시 서울 근교의 백마부대 29연대 3대대. 전역을 2개월 앞둔 김지원(金智元·22)병장은 교관과 얘기를 나누며 인터넷 세계에 푹 빠져 있었다. 자리를 함께한 14명의 다른 사병도 김병장처럼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거나 교재를 보며 인터넷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일과후 2∼3시간 교육▼

국방부가 전역을 앞둔 장병을 위해 1일부터 실시한 인터넷 교육 현장이다. 육해공군의 1600여개 대대급 부대에서 시작된 인터넷 교육은 전역 3개월 전부터 인터넷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사회로 돌아가기 전에 인터넷 정보검색사 2급 자격증을 따도록 도와주는 게 목표다.

첫 2개월은 일과시간 이후에 2∼3시간, 마지막 한달은 하루 8시간씩 집중적으로 교육시킨다는 계획인데 1차 시험이 18일로 다가와 교육일정이 매우 빠듯하다. 그래도 장병들은 자신감에 가득찬 얼굴이다.

10평 안팎의 교육장 벽엔 ‘가자! 정보화 세계로, 따자! 인터넷 자격증’이라고 쓰인 포스터가 붙어 있어 이들의 남다른 각오를 보여준다. ‘인터넷 너쯤이야’라는 애교스러운 문구도 눈길을 끈다.

국방부는 휴식이나 취미활동보다 전역후 학업 및 취업에 도움이 되는 여건을 바라는 장병의식조사 결과(서울대 사회과학원)에 따라 올해부터 정보화 교육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사 도전▼

일과시간 이후 중대마다 설치된 PC방에서 컴퓨터를 즐기도록 해 ‘컴맹’을 없앤다는 계획은 인터넷 교육과 함께 군 정보화 사업의 핵심이다.

빠듯한 일정과 부족한 시설 속에서도 ‘하면 된다’는 군인 정신으로 추진되는 군 정보화 교육의 사회적 파급효과는 말 그대로 엄청날 전망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정보통신부 산하)가 97년부터 실시해 온 인터넷 검색사 2급 시험 합격자는 지금까지 3만8370명. 전역 장병이 1년에 27만여명이므로 합격률을 민간처럼 절반으로 잡아도 인터넷에 능통한 청년검색사가 해마다 13만여명 이상 쏟아져 나온다는 계산이다.

그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또 20대 젊은이들의 정보화 마인드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특히 넉넉지 못한 가정사정으로 컴퓨터가 없거나 자주 접하지 못했던 장병(전체의 43%)에게는 정보화 시대에서 원천적으로 뒤질 수밖에 없는 기회의 불평등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는 국민개병제를 실시하는 국가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 군은 인터넷 교육을 ‘제2의 문맹퇴치 운동’으로 부르며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보통신진흥협회도 군을 돕기 위해 장병의 경우 1만원만 내면 자격증을 취득할 때까지 모든 응시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일반인은 2급의 경우 1차에 1만5000원, 2차에 3만원을 내고 만약 떨어지면 응시료를 다시 내야 한다. 국방부 안성모(安成模·해군소장)정보화기획관은 “인터넷 교육을 통해 장병이 전역 후 지식정보화 시대에 빨리 적응하고 군 생활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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