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정으로 말하자면 원조교제범과 같은 미성년상대 성범죄자를 망신주기 위해 신상공개 방법을 활용하고 싶을 것이고 우리 사회 특성상 망신을 주는 방법이 원조교제 등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헌법상 보장받을 인권이 있고 공익을 위해 개인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게 마련한 신상공개 제도가 위헌 판정을 받을 우려가 있다.
첫째, 신상공개를 ‘망신’을 주려는 목적으로 이용하면 ‘이중처벌’에 해당한다. 둘째, 신상공개의 목적은 청소년을 성폭행등으로부터 보호하고 범죄예방을 위한 것이므로 성범죄자의 소재 등 구체적 정보를 해당 이웃에 제공해야 한다. 읍면동까지 주소만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목적 달성이 어렵다. 셋째, 신상공개는 범죄재발 가능자를 만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주의하라고 정보를 주는데 목적이 있다. 인터넷 등의 공개방법은 이해관계없는 누구나 접근이 가능해 필요 이상으로 범죄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넷째, 정보공개 대상자의 범죄재발 가능성 등에 대한 판정절차 없이 형확정자를 일률적으로 모두 공개하는 것과 공개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
미국의 메건스로는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경찰이 범죄자의 소재지를 계속 파악해 성범죄 발생시 신속한 수사가 가능하게 하고, 그 범죄자와 맞닥뜨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 ‘경계령’을 주자는 목적에서 제정된 법이다. 원조교제범과 같이 미성년자를 돈으로 유혹해 성관계를 맺는 사람도 성폭행범과 동일하게 다룬다.
이러한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성범죄자의 이름, 최근사진, 신체적 특징, 범죄, 주소, 직장과 학교주소, 심지어 자동차번호와 자동차의 특징까지 공개한다.
이런 신원공개 제도는 공공의 안전과 범죄방지를 위한데 있기 때문에 헌법상 금지한 ‘이중처벌’이나 ‘소급입법’이 아니라는 것이 판례로 확립됐다.
미국에서 메건스로를 둘러싼 위헌시비는 신원공개가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하는가에 있다. 현재까지 주대법원과 연방항소심 판례의 태도는 신원공개 결정 절차에서 공개대상자에게 다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거나, 인터넷을 통한 무차별적 접근은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연방대법원에서 최종적 판단을 내릴 경우 미국의 몇몇 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인터넷 공개는 금지될 것이다.
메건스로에 의한 신원공개의 주된 방법은 성범죄자 모두를 공개대상으로 하지 않고 범죄 재발가능성의 위험성의 정도를 상 중 하 3종류로 판정해 공개대상은 상, 중 등급의 판정을 받은 전과자에 한한다.
중급판정을 받은 자의 정보는 학교 보육원 유치원 등에만, 상급판정을 받은 자의 정보는 이상의 기관과 그 범죄자를 만날 수 있는 영역의 사람들에게까지 제공된다. 공개대상자는 법원에 이의신청할 권리가 보장된다.
이같이 절차적 규정이 엄격한데도, 언론이나 이해관계없는 사람까지 정보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나, 정보를 취득한 사람들에 의한 발설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정보공개 대상자나 가족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개정된 뉴저지주법은 취득한 신원정보를 ‘누구에든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한 이해 관계인에게만 정보를 주도록 했다.
우리 청소년보호법은 공개 대상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절차적 보호규정이 없다. 공개내용도 정확한 주소나 사진 등이 아니라 막연하게 무슨 동네만 명시하므로, 실제 보호받아야 할 범죄재발 가능자의 이웃 주민이 성범죄자를 경계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범죄예방을 위해 제정된 법목적도 실현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공개대상자 판정절차 규정을 마련하고 공개대상 정보는 경찰 등 법집행기관이 관리하면서 개별적 이해관계를 소명하는 정보요청에 따라 이해관계인에게 제공하며, 언론에 의한 무제한 접근을 막는 방법으로 공개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위헌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길이다.
배금자(변호사)
▼약력▼
▽61년 경북 영일 출생
▽부산대 사학과 졸업
▽부산지방법원 판사
▽미국 하버드대학 로스쿨 졸업
▽미국 뉴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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