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위원회는 7월 ’청소년 성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원조교제 등 성범죄자의 신상을 인터넷 등에 공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시행령 1차 시안을 발표했다. 이같은 시안이 나오자 인터넷 등 불특정 다수가 열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신상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성범죄자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이중 처벌이라는 반대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찬성▼
청소년 성보호법 시행령안의 주요 내용인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방안에 대한 논란과 비판 중 상당부분은 분명히 주의깊게 경청하여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이 중에는 신상공개 제도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는 데서 나온 것들도 상당수 있다.
가장 흔한 비판은 신상공개 제도가 사회적으로 특정인에게 망신을 주는 일종의 명예형으로서 헌법상 이중처벌 금지의 원칙이나 법관에 의해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범죄자들의 신상에 관한 정보는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계도문의 한 부분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신상공개 제도의 취지는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단순한 통계수치의 나열이나 추상적인 설명을 넘어 부끄러운 현실을 솔직히 드러내 우리의 죄의식 마비현상과 사회적 책임감을 일깨우려는 것이다. 특정인에게 불명예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 계도문은 우리 사회의 솔직한 반성문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과정에서 범죄자들의 명예가 손상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자들은 중한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청소년의 건전한 성적 발달 과정을 회복 불가능하게 파괴한다는 점에서 강도나 살인에 못지 않게 사회적으로 주목받아야 할 중범죄이다. 따라서 본건 신상공개 제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언론에 의하여 일반인들에게 그 범죄자의 구체적인 신상이 공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범죄자들의 신상을 국가가 신중한 절차를 통해 제한적으로 공개하더라도 그 범죄자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특정한 이해관계인이 아닌 사회 일반인들에게 관보나 인터넷 경찰서게시판 등을 통하여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의 어린 청소년들을 병들게 하는 범죄는 모든 국민이 이해관계인으로 범죄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다. 범죄 방지를 위한 국민계도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사회 일반인들에 대한 공개는 불가피하다.
살인 강도 등 사회적으로 훨씬 중한 범죄가 많이 있는데도 왜 하필이면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만을 특별히 국가가 공개하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미 그 죄의 중함이 사회적으로 인식돼 국가가 굳이 나서 계도를 할 필요가 없는 살인이나 강도 등 범죄와는 달리 청소년을 상대로 한 매매춘 등 성범죄의 경우에는 우리 사회의 향락문화의 현실을 볼 때 그 죄의 심각성을 많은 어른들이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가가 정책결정에 대한 재량권의 범위내에서 구체적인 계도의 한 방법으로서 신상공개 제도를 채택한 것이며, 이러한 정책결정은 합리성과 합법성이 인정된다고 생각한다.
이 신상공개 제도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다른 나라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지를 같이하는 다른 제도가 외국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일상적인 사회현상을 다루고 있는 민법이나 상법 등의 법률과는 달리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같이 사회적 병리현상에 정면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만들어지는 법률은 그 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한 독창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 신상공개 제도는 그동안 여러 청소년보호단체들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 얻어진 우리의 소중한 아이디어로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신상공개 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고 이 제도의 시행만으로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완전히 근절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범죄의 형태와 동기는 너무도 다양하고 우리 어른들이 청소년을 위하여 할 일은 아직 너무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상공개 제도를 통하여 많은 어른들이 우리의 심각하게 잘못된 악습을 반성하게 되기를 바란다. 또 이를 타파하기 위한 유익한 논의가 계속되어 우리 사회가 보다 밝고 건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변웅재(변호사)
▼약력▼
▽69년 서울 출생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서울YMCA 청소년성상담 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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