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중국동포를 위한 위로모임. 98년 입국한 조선족 동포 김용길(金龍吉·33)씨는 울분을 토로했다. 김씨는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던 중 한국에 가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800만원을 주고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취업까지 시켜준다며 돈을 받은 사람과는 한국에 온 뒤 연락이 끊겼다.
김씨는 “내가 한국에 온 뒤 아내도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가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가정이 산산조각났다”며 “고향땅마저 이미 한국인 사업가에게 모두 팔려 이제는 돌아갈 곳도 없는데 30일 불법체류자로 강제출국당하게 됐다”며 울먹였다.
이날 모임에서 조선족 동포들은 앞다투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이달말 조선족 동포들에 대해 불법체류자로 강제추방하려는 정부의 정책을 비난했다.
옌볜에서 한국인에게 1600만원을 사기당한 뒤 지난해 연수생 자격으로 입국한 남인석(南仁錫·39)씨는 “사기를 당한 뒤 모시던 부모님과도 갈라지고 사랑하는 아내와 이혼했다”며 “제발 불법체류자로 강제출국시키지 말고 한국에서 돈을 벌어 고향인 옌볜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난해 입국한 조연섭(趙淵燮·77)씨도 “독립운동가의 자손으로 영주권을 얻으려 했으나 관공서마다 서로 미뤄 결국 영주권을 얻지 못해 불법체류자가 됐다”며 정부의 성의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크리스챤아카데미 이사장 강원용(姜元龍)목사 등 사회 원로들은 성명서를 통해 “조선족은 독립운동가의 후예들로 우리가 돌보아야 할 같은 민족으로 최대한 한국체류를 허용해야 한다”며 “정부는 조선족에 대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교포들이 합법적인 신분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