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공간’으로 방치돼온 옥상을 나무와 풀이 자라는 녹지공간으로 활용하는 건물이 늘고 있다. 회색빛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늘 자연이 그립기만 한 도시민이 멀리 가지 않고도 쉽게 흙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경기 분당신도시(성남시) 수내동 경동보일러 사옥 12층 옥상엔 200평 규모의 공원이 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연못에는 피라미 수백마리가 떼지어 헤엄친다. 자연의 흙과 인공의 토양 ‘플레이트’를 혼합해 만든 언덕엔 산벚 보리수 장구밥 측백 소나무 등이 가득 심겨 있다. 까치와 박새가 이들 나무 사이를 수시로 옮겨다닌다.
▼경동보일러 사옥엔 연못까지▼
이 공원은 사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잠시 일을 접어두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또 일반인에게도 개방돼 있어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수시로 이곳을 찾아 어린 자녀들에게 자연학습을 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 공원을 조성한 서울대 조경학과 김귀곤(金貴坤)교수는 “옥상공원이 지역사회의 공동체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건물을 새로 지을 경우 의무 또는 권장사항으로 옥상에 공원을 만들도록 할 방침이란 것.
일부 백화점도 옥상에 공원을 조성해 놓고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세상백화점은 7층 옥상에 나무와 꽃을 심고 곳곳에 벤치를 설치해 놓았다. 이 곳엔 제기차기 투호놀이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시설과 함께 청소년들을 위한 간이 식물표본장도 있다.
▼백화점 고객유치에도 한몫▼
경기 구리시 인창동 LG백화점 구리점의 경우 9층 옥상에 천연잔디가 깔린 400여평 규모의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잔디 위엔 원형 테이블, 비치 파라솔, 의자 등이 설치돼 있어 인근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많은 시민들이 꼭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푸른 잔디 위에서 전망을 즐기기 위해 백화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1, 2년 후면 옥상에 정원을 만든 아파트도 쉽게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2002년 6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우 디오빌’ 아파트와 같은해 9월 입주 예정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 월드’ 아파트 옥상에 정원을 만들 계획이다.
이밖에 동아건설과 벽산건설도 옥상에 정원과 골프 퍼팅연습장이 갖춰진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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