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全-盧씨 미납 추징금 어떻게 되나…16일 시효만료

  • 입력 2000년 4월 11일 18시 38분


사상 최대 규모의 추징금 판결을 받은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집행 시효가 다가옴에 따라 이들이 아직 내지 않고 있는 추징금 미납액이 어떻 게 처리될지 논란이 일고 있다.

두 전직대통령은 97년 4월17일 대법원에서 각각 2205억원과 2628억9600만원의 추징금 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4월16일에 추징금 시효 3년이 완성된다는 것.

검찰은 판결 선고 이후 일부를 집행했기 때문에 시효가 중단됐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 법조인들은 시효가 예정대로 곧 만료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추징금 징수 상황▼

전, 노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추징 근거는 특가법 위반. 대법원은 이들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재벌총수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뇌물에 해당한다며 97년 4월 이들에게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를 적용,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각각 2205억원과 2628억9600만원의 추징금을 함께 선고했다.

이들은 확정판결 후 8개월 만인 97년 1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추징금은 원래사면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천문학적인 추징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검찰은 판결 직후 이들의 비자금에 대해 추적을 벌여 전씨의 예금 107억원(이자 포함)과 무기명 산업금융채권(액면가 1억원·124장) 및 장기신용채권(액면가 1억원·12장) 등 유가증권 205억여원(이자 포함)어치, 현금 등을 합해 모두 312억9000만원(14%)을 추징했다.

노씨의 경우는 전씨에 비해 비자금을 덜 지능적으로 관리한 탓인지 70% 가까이 추징당했다. 노씨는 신한은행 등 3개 금융기관의 가 차명계좌에 예치해둔 비자금 1329억원과 현금 414억여원 등 1744억여원을 추징당했다.

검찰은 노씨가 동생과 사돈인 신동방그룹 신명수(申明秀)회장에게 맡긴 비자금 359억원에 대해 법원에 지급명령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어 이것까지 계산하면 노씨는 전체 추징금의 80% 이상을 추징당하는 셈이다.

▼시효는 언제 끝나나▼

형법 제78조에서 형(刑)의 시효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형 선고를 받은 사람이 그 형의 집행을 받지 않고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집행이 면제되도록 하는 제도다. 이미 확정된 형의 집행권을 소멸시킨다는 점에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미확정된 형사소추권을 소멸시키는 공소시효와는 다르다.

형법에 규정된 추징시효는 3년. 따라서 전, 노씨의 추징금 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4월17일 만료된다.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시효의 중단’ 문제다. 형법 제80조는 추징의 경우 ‘강제처분’이 개시되면 시효가 중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전, 노씨의 시효가 중단된 상태라고 주장한다. 검찰 관계자는 “전씨의 경우 검찰이 97년 10월5일 예금과 채권 현금 등 312억여원을 국고에 귀속시켰기 때문에 그 시점에 시효가 중단됐고, 따라서 3년의 추징시효는 그 때부터 새로 시작돼 2000년 10월4일 만료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씨에 대해서는 시효 만료에 임박해서 부동산과 자동차 골프회원권 등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계획”이라며 “그러면 다시 3년짜리 시효가 처음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또 노씨의 경우 법원에 집행명령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시효 중단’ 상태에 있다고 검찰은 주장하고 있다.

법조인들도 대체로 검찰의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전씨의 추징금 징수를 시효중단 사유인 ‘강제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시효중단 사유로 규정된 ‘강제처분’은 재산을 경매에 부치는 등 민사소송법상의 강제집행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씨측이 예금과 채권 현금 등을 검찰의 요구에 따라 ‘자발적으로’ 냈다고 주장하면 시효가 중단되지 않는다고 볼 소지도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법조인들은 이같은 문제가 결국 추징제도의 ‘내재적 한계’ 때문에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추징은 몰수가 불가능할 경우 그 금액을 돈으로 환산해 빼앗는 형벌의 일종”이라며 “그런데 추징은 벌금과 달리 납부하지 않을 경우 강제노역을 시키는 환형유치(換刑留置)가 불가능하고 민사상의 강제집행 절차에 따르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안내고 버틸 경우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전체 추징사건의 절반 정도가 3년의 시효를 넘겨 집행이 면제되는 것 같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서는 시효만료로 돈을 추징하지 못하는 엉뚱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게 됐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