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자입니까 남자입니까?”(홍순협·洪淳協변호사)
“저는 염색체만 남자(XY)이고 몸과 마음은 여잡니다.”(정모씨·29)
“언제부터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했나요?”
“초등학교 때요. 총싸움보다 고무줄 놀이가 좋았고 브래지어도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정씨는 선천성 ‘성전환증’ 환자. 95년 성전환수술을 받은 뒤 몸도 여자가 됐고 지금은 이 사실을 아는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다.
정씨가 법원을 찾은 이유는 ‘남자’로 기재된 호적을 고쳐 ‘법의 이름으로도’ 여자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로는 혼인신고도 못하고 남편 명의의 의료보험증도 쓸 수 없다. 더구나 회사에 여직원으로 취직할 수도 없다.
정씨의 시도는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법원은 3월20일 “사정은 딱하지만 우리 법에는 이 경우 호적을 정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정씨의 신청을 뿌리쳤다.
이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호적법은 ‘호적의 기재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거나 기재에 착오나 유루(遺漏·새거나 빠짐)가 있는 때 정정할 수 있다’고만 규정했기 때문.
정씨는 4월 2심인 서울가정법원에 항고했다. 홍변호사는 “입법자들이 미래에 벌어질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이 현실의 족쇄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호적문제는 성전환자들이 겪는 가장 원천적인 법률상의 장벽. 그리고 우리 법과 사회에는 ‘소수집단’인 이들에 대해 싸늘한 눈길만 있을 뿐 어떠한 배려도 없다.
정씨와 함께 성전환 수술을 받은 동료 50여명은 정씨의 고독한 ‘투쟁’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과연 법원이 그들의 손을 들어 줄 것인지 관심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