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9시35분경 서울 도봉구 방학3동 동사무소에 마련된 방학3동 제3투표소에서 한표를 행사한 올해 100세의 이승동(李昇東·서울 도봉구 방학동)옹. 이옹은 아들 이희욱(李熙旭·78)씨와 투표소 사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주권’을 행사했다.
이옹은 45년 광복 이후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모든 선거에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무슨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국민으로서 다른 것은 못해도 투표만은 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서다.
이옹은 98년 지방선거 때만 해도 혼자 투표소를 찾았지만 이제 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기력이 떨어졌다. 7명의 손자와 12명 증손자의 얼굴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고 거동도 불편해졌다. 그러나 투표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 없다.
희욱씨는 “아버님이 3,4년 사이에 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져 5,6년 전부터 거처를 옮겨 함께 살면서 돌보고 있다”며 “그런데도 아버님은 투표일을 꼭 기억해 같이 투표를 하러 갔다”고 말했다. 이옹은 26년 경성의학전문학교(서울대 의대의 전신)를 졸업한 뒤 경성의전 신의주도립병원 등에서 내과의로, 해방 이후 개업의로 일하다 78년 은퇴했으나 80년대 중반까지도 출장과 왕진 등을 다니며 의사로서 활동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