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행완(金幸完·43·회사원)씨의 경우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으나 경찰이 전과기록 전산입력을 잘못하고 서울지검이 이를 바로잡지 못해 김씨가 집행유예 기간중인 것으로 통보하는 바람에 13일 주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김씨는 98년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99년 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서울지검은 김씨의 1심 선고기록만이 입력된 전과기록을 관할구청을 통해 선관위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검찰이 오류를 확인하고 4일 관할 구청에 이 사실을 통보했으나 6일 선거인명부가 확정되는 등 시간이 촉박해 선거권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충북 음성군 원남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려던 성완식씨(35)는 사기죄로 기소된 일이 전혀 없는데도 사기죄로 기소돼 지난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선거권이 없는 것으로 돼있어 투표하지 못하게 되자 선관위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성씨는 “사기죄로 기소된 적은 물론이고 수형인 명부를 발송한 수원지검에 간 일도 없다”며 “명부를 잘못 발송해 선거권을 박탈한 검찰을 고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수원지검에서 발송된 수형인 명부는 주민등록번호 본적 이름이 성씨와 동일했지만 주소는 전혀 다른 것으로 명부 작성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최모씨(59)도 99년초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했으나 검찰과 경찰이 2000년 6월까지 집행유예중이라고 잘못 통보하는 바람에 역시 투표에 참가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유권자들의 전과기록을 검토해야 하므로 판결문 등을 확인하지 못하고 전산기록과 수형인 명부만을 선관위에 통보했기 때문에 경찰의 입력단계에서부터 잘못이 발생했거나 무죄 확정사실이 입력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사한 피해를 당한 유권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최근 대검 전산실 직원을 총 동원해 오류를 정정했으나 확인해야 하는 대상 인원이 많고 시일이 촉박해 일부 착오가 빚어졌다고 밝혔다.
선거법 18조는 선거 당일 △금치산선고 대상인 사람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사람 △선거사범으로 형이 확정된 뒤 일정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은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피해 인원을 파악하기 어려우며 피해를 본 유권자들이 관할 검찰청에 이 사실을 통보하면 즉각 전산기록을 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선거인 명부 작성 뒤 3일 동안 동사무소 등에서 선거인 명부를 열람케 하고 있으나 실제로 열람하는 주민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신석호·부형권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