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등급제 도입/의미-내용]학생부 특기등 중시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40분


《2002학년도 수능부터 등급제가 도입됨에 따라 성적의 수치를 주요한 전형 요소로 삼고 있던 대학입시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지금까진 모든 전형 요소를 점수화해 이를 일괄 합산한 뒤 석차순으로 선발해 왔으나 앞으론 지원자를 전형 요소별로 2, 3차례 걸러내는 다단계 전형이나 전형 자료의 특정 부분만 보고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 일반화된다. 이는 창의성을 중시하는 김대중(金大中)정부의 일관된 교육정책의 산물이다. 2002학년도부터 대학 입시에서 수능의 활용도가 줄어들고 학생부 면접 특기 적성이 중요한 전형 요소로 등장함에 따라 수험생들도 현재와 다른 입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각 대학의 전형이 수능 등급제에 따라 어떻게 변하고 수능 외에 다른 전형 요소는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살펴본다.》

▽다단계 전형의 도입〓대학이 2002학년도부터 지원자를 전형 요소에 따라 2, 3차례 걸러내는 다단계 전형이나 다양한 전형 요소 가운데 특정한 요소에 큰 비중을 두는 전형이 일반화된다.

예컨대 한 대학은 △지도력과 봉사활동으로 10% △내신과 교과외 성적으로 20% △수능과 심층 면접으로 30% △특기로 10% △교과 성적을 제외한 모든 전형 자료로 30%를 뽑아 정원을 채울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모집 단위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영역별 점수나 등급을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대학은 총점 1등급인 학생만을 지원받아(1차) 모집 단위별로 물리학부는 영어와 과학 탐구영역의 점수로 일정한 비율을 선발한 뒤(2차) 학생부 적성 특기 등으로 최종 선발(3차)할 수 있다.

또 B대학 인문학부는 지원 자격으로 총점 2등급과 언어 영역 1등급을, 같은 대학 자연과학부는 총점 2등급과 과학탐구영역 2등급을 지원 자격으로 요구할 수도 있다.

C대학이 3차 전형에서 학생부의 교과 성적을 반영할 때도 전과목이나 특정한 과목만을 반영하거나 전과목을 반영하면서 특정한 과목에 가중치를 둘 수도 있다. 또 가중치를 주는 과목의 선택권을 수험생에게 줄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수험생이 지원하려는 몇 개의 대학이 전혀 다른 전형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수능성적의 경우 총점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대학측이 영역별 원점수나 변환표준점수를 합산해 쓸 수 있지만 가급적 등급을 지원 자격으로 삼도록 권장된다.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이 모두 총점 등급을 지원 자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등급의 산정〓2000학년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변환표준점수가 인문계열 상위 4%, 백분위 점수로는 96.00점에 해당되는 368.2점 이상은 모두 1등급이 돼 같은 조건에서 영역별 점수, 학생부의 교과나 비교과 성적, 면접 등으로 경쟁하게 된다. 서울대가 1등급을 지원 자격으로 삼는다면 수능 수험생을 90만명으로 볼 때 3만6000명이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셈이다. 이 범위에 드는 수험생은 더 이상 수능 총점을 걱정할 필요없이 특정한 영역의 점수나 다른 전형 요소에 신경쓰면 비록 총점이 낮더라도 합격이 가능하다.

수능에서 영역별 원점수와 변환표준점수의 소수점 배점도 폐지돼 언어 영역에서 94.8점을 얻었다면 성적표에는 95점으로, 94.2점을 얻었다면 94점으로 사사오입돼 표기되기 때문에 동점자가 많이 나온다. 영역별 백분위점수도 마찬가지다.

소수점이 없더라도 대학이 영역별 원점수와 변환표준점수, 그 백분위점수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를 합산해 이용할 수는 있다.

▽학생부〓반영 여부는 대학 자율이지만 수능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학생부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교과성적은 평어(수 우 미 양 가)와 과목별 계열별 석차(상대 평가)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교육부는 학생의 특기나 각종 활동 등 비교과 영역을 중시하고 교과 성적도 가급적 대학 및 모집단위 특성에 관련된 과목만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학교의 교과 및 비교과 영역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는 학생이 유리하다.

▽대학별 고사〓국공립대뿐만 아니라 사립대도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본고사는 치를 수 없으며 논술고사만 볼 수 있다. 논술고사를 보는 대학은 줄어드는 추세.

▽면접〓인성 가치관 도덕성 사고력 지도력 잠재력 정의감 협동심 기초소양 독서량 의사표현력을 평가하기 위한 심층 면접이 권장된다. 각 대학은 심층면접 방법을 개발하고 있어 겉치레식 면접은 사라질 전망이다.

▽기타 자료〓학생활동 특별활동 사회활동 동아리활동 취업경력 경시대회수상경력 효행 특수기능 자격증 등을 전형 자료로 활용하는 대학이 늘어난다. 대학은 추천서 수학계획서 자기소개서 등을 요구할 수 있으며 추천서의 경우 추천권자가 학교장에서 담임교사 과목교사 종교지도자 교육감 자치단체장 산업체임원으로 확대된다.

▽전형시기〓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나뉘고 대학은 연중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특차 모집은 사라지고 조기모집 예약입학 추가모집 등은 모두 수시모집으로 통합된다.

수시모집에 합격해 등록한 학생은 정시모집 지원이 금지되고 3학년 1학기 이전에 선발하는 비율은 모집인원의 10% 이하로 제한된다.

정시모집 모집군은 4개에서 3개로 줄어들고 같은 군의 대학에 복수 지원할 수 없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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