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 즉심재판소 30년만에 문닫는다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40분


70년대 장발족과 통금 위반자들이, 80년대엔 시위를 하다 잡힌 대학생들이 줄지어 재판을 받던 서울 응암동 즉심재판소가 30년만에 문을 닫는다.

19일 대법원이 마련한 즉심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응암동 재판소에서 맡아온 서울 종로 중 서대문 용산 성북 동대문구 지역의 즉심사건 관할이 5월 1일부터 서초동 서울지법 본원으로 넘어가기 때문.

70년 2월2일 문을 연 응암동 재판소는 이달 30일자로 폐쇄되고 서대문 은평 등기소 전용 건물로 쓰이게 된다.

응암동 즉심재판소는 경찰이 길거리에서 자를 들고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고 호루라기를 불어 대며 통금 위반자들을 쫓던 70년대엔 이른 아침마다 통기타를 맨 젊은이들,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은 아가씨들이 경찰서별로 20∼30m씩 줄지어 재판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던 장소.

재판소 관계자는 “80년대 민주화 항쟁이 한창일 때는 하루에 300∼400여명씩 시위 대학생들이 재판을 받고 갔다”며 “대기실이 모자라 한꺼번에 100명씩 재판이 진행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함부로 ‘볼일’ 보면 응암동 간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우리사회 장년층들의 애환이 서려 있던 응암동 즉심재판소는 곧 역사 무대의 저편으로 사라진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