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인삼공사는 6차 심리를 하루 앞둔 19일 ‘두번째’ 자료인 14쪽짜리 준비 서면을 재판부인 서울지법 민사합의 13부에 제출했다. 공사측이 그동안 제출한 것은 소송 시작 6개월 동안 고작 2쪽짜리 해명서가 전부.
공사측은 소송에서 질 경우 막대한 손해배상금이 사실상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 소송 준비 과정에 잔뜩 촉각을 세워 왔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담배인삼공사가 많은 흡연자가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공적(公的) 소송’을 놓고 미국의 민영 담배회사가 택한 늑장 대응 전략을 답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한 담배 전매사업 과정에서의 잘잘못을 가리는데 지나치게 방어 일변도로 나오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는 논리에 근거를 둔 견해.
미국 민영 담배회사들은 소송 장기화에 지친 흡연 피해자 및 유족들과 ‘담배회사는 잘못이 없지만 금연 캠페인 비용이나 위로금 명목 등으로 돈을 지불한다’는 식의 타협을 해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
원고측 최재천(崔載千)변호사는 “민사소송법상 피고도 자기 방어의 권리가 있지만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성실한 자료 제출을 통해 진실을 가려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변호사는 “98년 5월 시작된 담배소송이 진행중인 일본에서도 12차례 재판이 이어지면서 일본담배산업(JT)의 서류 제출 지연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공사측은 “소송은 담배의 해악성 및 공사의 위험 고지 여부 등을 일일이 가려야 하는 등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며 “재판을 지연시킨 뒤 적당히 합의한다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박교선(朴敎善)변호사는 “원고측이 오히려 ‘담배라는 것이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스스로 잘못을 이실직고하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정치 캠페인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