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한동안 기억을 더듬다 “아∼”하고 무릎을 쳤다.
“맞아요. 97년 여름이었어요. 제천에서 친구와 페인트 가게를 동업할 때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100만원권 수표 1장 등 직원 봉급으로 줄 돈 115만원이 들어 있었는데 포기하고 신고도 안 했어요. 얼마 후 사업도 망해 모두 잊고 떠나왔는데….”
최씨가 3년 전에 잃어버린 지갑이 제천 중앙파출소에 전달된 것은 22일 오후 1시 반경. 경찰에 따르면 정모씨(32·여)가 파출소를 찾아 “길을 가는데 허름한 잠바차림의 40대 남자가 다가와 ‘이걸 파출소에 전해 달라’고 맡긴 뒤 황급히 사라졌다”며 비닐봉지를 내놓더라는것.
문제의 비닐봉지에는 ‘3년전 주운 돈을 이제야 돌려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간단한 메모와 곰팡이가 핀 최씨의 지갑이 담겨 있었다. 지갑에는 최씨의 옛 주민등록증과 낡은 명함 10장, 1만원권 120장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수소문 끝에 최씨가 포항에 사는 것을 확인해 23일 지갑이 돌아온 사실을 알렸다.
정관헌중앙파출소장은 “수표가 1만원권으로 바뀌고 5만원이 더 들어 있는 것으로 미뤄 지갑을 주운 사람이 형편이 어려워 돈을 모두 쓴 뒤 3년 만에 이자까지 붙여 되돌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24일 파출소를 찾아 지갑을 돌려받은 최씨는 “여태껏 빚으로 남아 있던 옛날 페인트가게의 직원에게 늦게나마 봉급을 주게 돼 다행”이라며 “돈을 돌려준 사람을 찾아 따뜻한 밥 한끼라도 사고 싶다”고 말했다.
<제천=지명훈기자>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