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외금지 위헌결정문 요지]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33분


과외교습을 금지하는 법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 법이 달성하려는 입법목적에 의해 부모의 자녀교육권 및 자녀의 인격발현권에 대한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과외교습을 직업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제한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학교교육에 관한 한 국가는 교육제도의 형성에 관한 폭넓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과외교습과 같은 사적으로 이뤄지는 교육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그 규율의 한계가 있다.

헌법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 및 재산의 자유로운 사용과 처분을 보장하는 재산권 조항을 통하여 부모가 자신의 인생관 교육관과 경제적 능력에 따라 자녀의 교육을 위하여 서로 다른 정도의 금전적 부담을 하는 것을 당연히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교육의 영역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불행하게도 이미 자정능력이나 자기조절능력을 현저히 상실했고 이에 따라 국가가 부득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과외금지의 입법목적은 입법자가 ‘잠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정당한 공익이라고 하겠다.

사적(私的)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 그 자체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익을 침해하는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기본권적으로 보장된 행위이자 문화국가가 장려해야 할 행위이다.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있어 부모의 교육권은 교육의 모든 영역에서 존중되어야 하며 학교 밖의 교육영역에서는 원칙적으로 부모의 교육권이 우위를 차지한다.

다만 기본권의 행사과정에서 사회적 위험이 발생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국가가 규율해야 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입법자는 사회적으로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과외교습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입법목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여러 수단 중에서 되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그 규제 형식은 ‘원칙적인 금지’가 아닌 ‘반사회성을 띤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이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입법자는 지나친 고액과외교습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과외교습에 대해 ‘원칙적인 금지와 예외적인 허용’이라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결과 ‘고액과외교습의 방지’라는 입법목적의 달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교습행위까지도 광범위하게 금지당하게 됐다.

모든 학생이 오로지 학원에서만 사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규율한다는 것은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을 생활의 기본원칙으로 하는 헌법의 인간상이나 개성과 창의성 다양성을 지향하는 문화국가 원리에 위반되는 것이다. 이는 부모와 자녀의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공동체를 문화적으로 빈곤하게 만든다. 국가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무한경쟁시대에서 문화의 빈곤은 곧 사회적 경제적 후진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문제의 조항은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해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국민의 자녀교육권,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위헌결정의 이유는 고액과외교습 금지 그 자체보다 그 방법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이기 때문에 입법자는 고액과외, 대학교수와 현직교사의 과외 등 반사회적인 과외교습을 규제할 수 있는 입법조치를 취할 수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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